서울 청량리에 위치한 금은방 ‘시종사’의 주인 박태봉(59)씨는 지난 연말 깜짝 손님의 방문을 받았다. 금은방 무인경비를 맡긴 ‘에스원’에 새롭게 취임한 육현표 사장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박씨를 찾은 것. 박씨는 4일 “대기업 사장님이 찾아와 직접 인사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우리 가게에 와서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고 자랑했다. 육 사장은 가게 경비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담당 직원들은 친절한지 등 꼼꼼히 상황을 체크한 뒤 앞으로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시종사는 에스원 개인고객 중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박씨의 선친이 1982년 처음 계약한 이후 2대에 걸쳐 에스원은 32년째 박씨의 가게를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박씨의 선친은 1953년 6·25전쟁 발발 후 남한으로 피란했다. 이후 본인의 시계수리 기술을 살려 청량리에 10㎡(3평)짜리 금은방을 개업했다. 값비싼 귀금속을 취급하는 업종인 데다 주변에 작은 골목이 많은 위치 특성상 늦은 밤이나 인적이 드문 명절에는 절도 사고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 박씨는 “개업 초기에는 가게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매일 밤 가게에서 숙직을 했다”며 “당시에는 밤마다 도둑이 들까 봐 걱정돼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에스원 세콤을 설치한 이후부터는 출동 요원들이 수시로 들러 보안 상황을 점검하고 가게를 지켜준 덕분에 박씨는 안심하고 잘 수 있게 됐다. 도난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에스원과 시종사의 사이는 이제 가족처럼 돈독하다. 최근에는 경쟁 보안업체에서 경비 시스템을 바꿔보라며 전화는 물론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박씨는 “에스원을 고집하는 이유는 장비 자체에 대한 믿음도 있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이 크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담당 직원들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모두 자기 식구처럼 이것저것 챙겨주고 한 사람도 불친절한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도 에스원 직원이 가게를 찾아 시스템 노후 및 오작동 여부 등을 체크하고 새로운 장비로 교체해 줬다고 덧붙였다.
에스원 박상흠 강북본부장은 “에스원이 창립 이래 37년 동안 보안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원동력은 오랜 경험과 기술력 외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 이어온 끈끈한 정 덕분”이라며 “고객을 가족같이 여기는 서비스로 50년, 100년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에스원 새 사장 깜짝인사 받은 금은방주인 박태봉씨 “장비 보다 32년 한결같은 사람 믿었죠”
입력 2015-01-05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