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 교수가 노숙인 사역으로 제2 인생을 출발했다. 지난해 2월 정년퇴임한 서울신대 김희성(67) 명예교수는 4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노숙인을 위한 ‘길벗교회’를 개척하고 첫 예배를 드렸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22년간 교수로, 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신대 신약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저서 10여권, 논문 30편, 설교집 100여편을 냈다. 2004년 한국신약학회장을 역임했고 2009년 ‘하나님의 나라&성서연구소’를 설립했다.
“노숙자를 위한 교회를 개척한 이유는 간단해요. 은퇴했다고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영성도 노쇠해져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역하다 보면 기도도 해야 하고 말씀도 연구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영성도 높아질 겁니다.”
김 명예교수가 노숙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서울신대 재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넝마주이, 고아를 돕기 위해 ‘하나님의 백성 선교회’를 만들었다. 금요일 아침마다 금식한 돈으로 기금을 모아 이들에게 쌀 등을 나눠줬다. 하지만 독일로 유학을 가면서 지속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가 서울신대 교수 시절인 2001년 ‘하나선교회’를 설립하고 서울역 회현역 인근에서 노숙인을 섬겼다. 내의 등 일용품을 제공해왔으며 최근 6년간은 슬리핑백을 한 해 최대 200여개씩 무료로 나눠줬다. 비용은 친인척, 동료, 제자 등 100여명이 부담했다.
그는 은퇴와 함께 이 일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기도원에서 기도도 하고 자신이 협동목사로 섬기는 신촌성결교회의 이정익 목사와 상의도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노숙인 사역에 뛰어들기로 했다.
“제대로 목회하려면 신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신학자가 됐을 뿐 원래 꿈은 목사였어요. 이제 그 신학을 바탕으로 목회를 할 때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인의 도움을 얻어 서울역 인근 노숙인교회 ‘드림씨티’의 구석에서 노숙인들과 예배를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에는 성경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노숙인 6명과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10여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 인근에 예배당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주변 상인들이 “교회는 안 된다, 노숙인 교회는 더더욱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해 포기하고 말았다. 3개월간 50여곳을 방문한 끝에 지금의 길벗교회 예배당을 어렵게 구했다.
“그래도 서울역과 멀지 않아 지하철을 한 번만 타면 올 수 있어 다행이죠.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게 교회에서 1회용 교통카드를 노숙인에게 나눠줄 계획입니다.”
앞으로 예배는 길벗교회에서 드리고 성경공부는 드림씨티에서 할 예정이다. 김 명예교수는 노숙인, 지인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첫 예배에서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면서 “올 한 해 하나님을 힘써 알자”고 설교했다. 또 교회에 노숙인들이 씻을 수 있는 샤워실을 마련했다며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남녀 교대로 언제든지 이용해 달라고 광고했다.
그는 앞으로 나눔, 성경공부와 더불어 문화교실, 건강교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나이를 먹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노숙인들의 삶을 회복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서울신대 김희성 명예교수, 교수 정년 퇴임… 노숙인 사역 교회 개척
입력 2015-01-05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