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채소 ‘항암효과’ 더할 나위 없네∼

입력 2015-01-06 00:30
위암, 대장암, 폐암은 대한암협회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가 된 세 가지 암으로 꼽은 암들이다.

40대 초반의 가수 출신 방송인 고(故) 유채영씨가 지난해 7월, 가수 고 임윤택씨와 배우 고 장진영씨가 각각 2013년과 2009년에 같은 위암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대장암과 폐암은 지난해 11월 배우 김자옥씨를 쓰러뜨렸다. 2008년과 2012년 각각 대장암과 폐암 진단을 받은 김씨가 말기 암과 싸우다 숨지자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일었다.

대장암은 우리나라에서 갑상선암과 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생긴다. 폐암은 간암 및 췌장암과 더불어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가장 낮다.

대한암협회 구범환 회장은 5일 “2015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암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면 가능한 한 정기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하고, 평소 동물성 고지방 음식보다는 암 억제 효과가 있는 천연 채소류, 생선, 해조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일본 교토의대 생화학교실 니시노 호요쿠 교수가 새로 펴낸 ‘암 억제 식품사전’(전나무숲)에서 국내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대장암과 폐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항암식품을 발췌, 소개한다(별표 참조).

◇호박·당근=호박만큼 우리 생활에서 익숙한 채소도 드물다. 호박죽 호박엿 호박고지떡 호박나물 호박전 호박찌개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항암 효과로는 호박 중에서 겨울철 별미로도 으뜸인 단호박찜이 제일이다.

당근과 마찬가지로 배타카로틴, 알파카로틴 등 천연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암 억제 작용을 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우리 체내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은 세포막이나 유전자를 해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며, 암 억제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고, 세포돌연변이에 관여하는 인지질 대사를 억제하는 항산화물질로 유명하다.

단호박에는 알파카로틴도 많이 함유돼 있다. 니시노 교수팀의 쥐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 물질은 폐암, 간암, 피부암에 대항하는 저항력이 베타카로틴보다 몇 배 높다. 알파카로틴은 당근에도 단호박 못지않게 많이 들어있다. 니시노 교수는 “단호박, 당근, 파슬리, 샐러리 등을 적당한 크기로 채 썰어 수시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폐암 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시금치=디즈니 만화영화 ‘뽀빠이’ 때문에 힘이 솟는 채소로 유명한 시금치는 오랫동안 암을 막는 녹황색 채소의 대표주자이자 영양의 보고로 자리매김했다.

시금치에는 실제로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비타민A 공급원인 카로티노이드(베타카로틴) 성분이 100g당 4200㎍이나 들어있다. 시금치는 최근 풍부한 루테인 성분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루테인 역시 강력한 활성산소 제거 작용으로 피부암과 대장암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항산화물질이다.

니시노 교수팀은 책에서 실험용 쥐 30마리에 인위적으로 피부암을 유발한 뒤 시금치에서 추출한 루테인 성분을 지속적으로 주입한 결과 65%에서 암 세포가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시금치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다. 특히 겨울 시금치는 100g당 비타민C 함유량이 60㎎에 이른다. 여름 시금치의 3배다. 시금치를 조리할 때는 ‘단시간 빨리’가 기본이다. 비타민C가 수용성이라 물에 빨리 녹는데다 가열하면 쉽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유효성분 루테인 역시 오래 가열하면 파괴된다.

◇신선초=한방에서 생약 재료로 애용하는 미나리과 채소다. 향이 산뜻하고 생명력이 왕성하며 건강에 좋은 성분도 많아 주목을 받는 암 억제 식품이다. 신선초 줄기를 꺾으면 나오는 노란색 액체(황즙)가 폐암 억제 작용을 한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결과 신선초의 황즙 속에는 ‘칼콘’과 ‘트리테르페노이드’라는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 물질이 피부암, 폐암,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메이지약대 오쿠야마 교수팀은 미나리과 식물 14종에서 각각 추출한 즙을 피부암에 걸린 쥐한테 투여하고 20주 동안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신선초의 황즙이 가장 뚜렷한 피부암 억제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신선초의 약효를 과신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오쿠야마 교수는 “실험결과 신선초의 항암 효과는 예방에만 도움이 될 뿐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치료 식이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발암억제 식품 또는 쌈 채소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쑥갓이나 고들빼기와 같이 쓴 맛이 나는 채소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고구마=변비 해소 및 겨울철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되는 고구마가 어떤 버섯류나 약차보다 훌륭한 항암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일본 유리노키클리닉 사마루 요시오 박사는 도쿄대 의과학연구소에서 모두 82종류의 채소를 대상으로 항암 효과를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익힌 고구마의 암세포 분열 및 증식 억제율은 98.7%, 안 익힌 날 고구마는 94.4%로 각각 1, 2위에 올랐다.

그 다음으로 암세포 분열 및 증식 억제율이 높은 식품은 아스파라거스(93.7%), 파슬리(83.7%), 가지(74,8%), 셀러리(73.7%) 등이었다.

고구마의 강력한 항암 효과는 ‘강글리오시드’란 성분이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우석대전주한방병원 송호철 원장은 “고구마, 신선초, 단호박 등 자연식품이 각종 암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과 이미 생긴 암의 증식을 억제 또는 소멸시키는 작용을 똑같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녹황색 채소류와 일부 뿌리 식품 및 푸른 생선 등을 자주 섭취하면 암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