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에 500원인 22공탄(구멍이 22개인 연탄)이 스스로를 태우며 내는 최고 온도는 550도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3일 이 연탄에 담긴 열기로 훈훈해졌다. 다 타버린 연탄이 쓸쓸하게 쌓여 있는 좁다란 골목마다 연탄을 배달하는 발걸음에 북적였다.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과 최삼규 사장 등 임직원 100여명은 이날 서울연탄은행과 함께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사랑의 연탄 후원 및 봉사활동’에 나섰다. 연탄 2000여장을 기부하고 백사마을의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15가구에 ‘550도’의 뜨거운 정을 직접 배달했다.
동대문구 이문동 연탄공장에서 갓 만들어 새벽녘에 마을 초입으로 옮겨진 연탄은 최저 영하 9도의 차가운 날씨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임직원들은 한 장에 3.65㎏인 연탄을 4∼5개씩 지게에 짊어지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각 가정의 대문 앞에 100∼200장씩 쌓았다. 연신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언덕길을 분주히 오르내리는 동안 백사마을 골목길은 하얗게 타버린 연탄 대신 검은 새 연탄으로 물들어 갔다.
4년 전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는 박송자(74) 할머니는 아픈 허리에도 불구하고 집밖으로 나와 창고에 쌓이는 연탄을 반갑게 맞이했다. “덕분에 따숩게(따뜻하게) 살고, 정말정말 고맙죠.” 팔과 허리가 아파 거동을 못하는 남편 김상윤(77) 할아버지와 함께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할머니가 하루에 때는 연탄은 보통 4장이다. 박 할머니는 “아침에 2장, 저녁에 2장을 아궁이에 넣는다. 요샌 날이 추워 하루 5장까지 떼기도 한다”고 했다. 값으로 따지면 하루 2000∼3000원에 불과하지만 한 달 32만원의 노령연금으로 생활하는 노부부에게는 큰 돈이다. 김치에 밥만 차려 먹어도 감사하다는 할머니에게 연탄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다.
조 회장은 “지금도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저소득층과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사회적 관심과 이웃의 사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국민일보는 연탄은행과 함께 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복음 실천에 계속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인 허기복 목사는 “연탄을 때는 전국 16만8000가구에 따뜻한 온기가 더욱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지난해 11월 시작된 ‘2014 국민일보와 함께하는 희망의 나라 사회공헌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캠페인을 시작한 뒤 미국 피츠버그에 사는 교포 유인호씨가 연탄은행에 1000달러를 기부하는 등 개인과 단체, 교계 등 각계각층의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550도의 사랑… 얼어붙은 달동네에 온기 채웠다
입력 2015-01-05 03:54 수정 2015-01-05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