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펀치’ 메이웨더, 두 경기에 1155억원

입력 2015-01-06 02:15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연봉을 손에 쥘 뿐만 아니라 마케팅을 노리는 기업들의 타깃이 돼 더욱 큰 돈을 번다. '프로는 돈'이라는 말처럼 수입을 보면 그 선수의 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수입이 많다는 것은 곧 뛰어난 기록과 높은 명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들 가운데 갑부는 누구이고,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을까. 스포츠 선수들의 수입을 정확히 집계한 자료는 많지 않다. 다만 연봉 또는 상금, 광고와 스폰서 수입 등을 종합해 유추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세계적인 경제 전문잡지 '포브스'는 1년 단위로 스포츠 선수들의 수입(금융투자 수익 제외) 랭킹을 발표한다.

◇1년 간 2경기만으로 1억500만 달러(1155억원) 번 메이웨더=지난해 6월 포브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스포츠 선수는 복싱계의 슈퍼스타 플로이드 메이웨더였다. 1996년 프로에 입문한 뒤 5체급을 석권하며 47승(26KO승) 무패 신화를 기록 중인 그는 1억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타이거 우즈에 이어 연 수입 1억 달러를 넘긴 선수가 됐다. 우즈는 2007년 1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2008년 1억1500만 달러, 2009년 1억1000만 달러, 2010년 1억500만 달러 수입을 기록한 바 있다. 2012년(3위)을 빼면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이번에 6위로 떨어졌다. 앞서 메이웨더는 2012년 85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메이웨더는 단 두 차례만 경기를 치르고 이런 엄청난 돈을 챙겼다. 2013년 9월 사울 알바레즈와의 경기 대전료 5000만 달러, 2014년 5월 마르코스 마이다나와의 경기 대전료 4000만 달러 그리고 두 경기의 케이블 TV 중계료 1500만 달러가 그의 몫이었다. 순수한 경기 출전시간만 보면 72분에 불과하다. 시간당 수입으로만 놓고 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이웨더의 대전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만 그가 나서는 경기의 매출이 보통 2억 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메이웨더와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의 대결이 실제로 성사되면 매출이 2억5000만 달러로 예상된다. 메이웨더가 대전료로 1억1000만 달러를 보장받는다는 보도도 있었다.

◇광고와 스폰서십이 총수입 좌지우지하기도=연간 수입 상위 100명을 종목별로 보면 야구가 27명으로 가장 많다. 그리고 농구 18명, 미식축구 16명, 축구 15명, 포뮬러 원(F-1) 7명, 테니스 6명, 골프 5명, 복싱 4명, 육상과 크리켓이 각각 1명 순이다. 종목 특성상 시장 규모가 큰 야구, 농구, 미식축구, 축구 선수들이 수입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여자 선수로는 마리아 샤라포바(34위), 리나(41위), 서리나 윌리엄스(55위) 3명뿐이다.

그런데 100명 중에서도 순위가 높은 선수들일수록 연봉과 상금보다 광고나 스폰서 수입이 많은 게 특징이다. 스포츠 마케팅이 글로벌 기업의 필수 코스가 되면서 세계적 스타들이 돈방석에 앉는 일이 비일비재다. 톱10을 보면 3위인 르브론 제임스를 포함해 5명이 연봉과 상금보다 광고나 스폰서 수입이 많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엔 톱10 선수 가운데 8위에 오른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만 광고와 스폰서 수입이 상금보다 적다.

1위 메이웨더는 광고나 스폰서 수입이 전무(全無)하지만 이는 지극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세계 최고의 대전료를 받는 메이웨더는 광고주들이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광고를 찍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단체 종목보다 개인 종목 선수일수록 광고나 스폰서 수입이 많은 것도 눈에 띤다. 총액 면에서 6위에 랭크된 우즈는 광고와 스폰서 수입 면에선 5500만 달러로 전체 1위다. 이것도 최근 성적 부진과 불륜 사태 이후로 크게 감소한 액수다. 여성 선수들 중 4위에 오른 ‘피겨 여왕’ 김연아는 상금은 겨우 3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광고와 스폰서 수입은 1600만 달러로 샤라포바, 리나와 함께 톱3에 들어간다.

◇은퇴 후에도 많은 돈을 버는 스타들=은퇴 선수들 가운데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연간 수입 9000만 달러로 압도적이다. 현역 시절 가장 많았던 8000만 달러(1998년)를 넘어선 금액으로 은퇴 선수 연간 수입 2위인 아널드 파머보다 2배 이상 많다.

조던이 은퇴 후에도 이처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기업들과의 라이선스 계약 덕분이다. 특히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에서 오는 수입을 빼놓을 수 없다. 조던이 은퇴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나이키의 조던 브랜드는 미국 농구 신발 시장의 절반 이상인 22억 달러를 차지한다. 현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 브랜드 농구화 판매량인 3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외에도 조던은 스포츠 음료 게토레이, 게임회사 2K스포츠 등 여러 브랜드로부터 라이선스 수입을 챙기고 있다. 또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샬럿 밥캣츠의 지분 80%를 소유한 구단주이기도 하다.

조던처럼 톱10에 든 은퇴 선수들은 대부분 라이선스 소득이나 관련 제품 계약 등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골프 출신들은 한결같이 골프장 설계와 골프 의류 사업을 하고 있고, 골프 외 종목 출신들은 구단주로 변신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베컴은 미국프로축구(MLS) 구단 마이애미, 매직 존슨은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샤킬 오닐은 NBA 새크라멘토 킹스를 소유하고 있다. 웨인 그레츠키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피닉스 코요테의 공동 구단주로 참여하고 있다. 존슨의 경우 다른 선수들과 달리 NBA 스타 출신이면서 야구 구단 구단주가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