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없다면, 문제도 없다!(No God, No Problem!)” 무신론자들의 반종교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이 세상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의 이면에, 그러니까 전쟁과 폭력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다툼과 분열에는 종교와 신이 있다는 고발이다. 신이 없다면 그 문제들도 싹 사라질 텐데, 종교가 만악(萬惡)의 뿌리라는 것이다. 이 슬로건을 뒤집어보면 어떨까. “문제가 없다면, 신도 없다!(No Problem, No God!)” 이 세상에 문제가 없다면, 그러니까 삶과 죽음이 초래하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발생하는 온갖 고통이 없다면, 더는 신이 필요 없을 테다. 그렇다면 무신론자들이 구태여 나서지 않아도 신은 자연스럽게 인간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 애당초 구원받아야 할 상황이 없는데 구원자가 필요할 리 만무하다. 애먼 종교를 잡지 말고, 종교가 생겨나는 상황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종교가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종교를 요청한다는 것도 부인 못할 진실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고난은 사라지지 않을 테고, 그것들은 하나같이 불가항력적이다. 그것은 신이 있다는, 적어도 신이 있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이 있지 않으면 그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서러운 이들은 그냥 죽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문제가 있으므로 신은 있다!(Yes Problem, Yes God!)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
[겨자씨] 신이 없다면?
입력 2015-01-05 0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