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서울과 평양의 건축, 월북작가 이쾌대의 회고전….
전시장 안에 분단의 역사가 대거 들어온다. 올해가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인 듯하다. 예술적 상상력이 정치적 갈등 해소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그의 영향을 받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전도 몰려 있다. 페미니즘, 전통의 재해석 등 낡은 주제도 새 옷을 입었다.
◇분단을 넘어 공존으로=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은 ‘분단 70년 주제전-북한 프로젝트’(7월 21∼9월 27일)를 갖는다. 남과 북의 이념적·정치적 대립을 넘어 공존과 평화의 공감대를 넓히고자 여는 전시다. 아트선재센터는 DMZ접경지역을 예술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8월 29∼10월 4일)를 마련했다. 이 곳에선 이 전시에 앞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데올로기에 의해 단절된 역사를 지닌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지역의 현재를 ‘조화’의 개념으로 살펴보는 국제교류전 ‘불협화음의 하모니’(2월 7∼3월 29일)도 열린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한국관의 ‘한반도 오감도’ 전시를 아르코미술관(3∼5월)에서 만날 수 있다. 평양과 서울이 분단 상황 속에서 각각 사회주의 이상과 경제 논리의 지배를 받는 ‘전승 기념비 같은 도시’로 성장해왔다고 웅변한다.
국제갤러리는 북한에 자수작품을 주문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벌여온 함경아의 개인전(3∼5월)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월북작가 이쾌대 대규모 회고전(7∼10월)을 갖는다.
◇백남준과 그의 사람들=비디오아티스트 창시자 백남준 회고전 ‘W3’이 학고재 갤러리(1.21∼3.15)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W3’는 인터넷망인 world wide web을 의미한다. 백남준은 1994년에 이미 인터넷을 예상하고 ‘일렉트로닉 슈퍼 하이웨이(Electronic Super Highway)’의 개념을 총 64대의 모니터를 이용해 형상화했다. 국제갤러리에서는 백남준의 제자인 미국의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개인전(3∼4월)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백남준을 잇는 한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박현기’전(1월 27∼5월 25일)이 준비됐다. ‘현대미술의 영상시인’으로 불리는 빌 비올라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고 박현기의 작품에서는 동양적이면서 종교적인 색채가 느껴진다.
◇다시 보는 페미니즘과 전통=유기견 목각 인형을 통해 여성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유명한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 윤석남 개인전(4월 21∼6월 28일)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동아시아 페미니즘 미술의 현재를 조명하는 ‘판타지아 아시아 페미니즈전’(9월 15∼11월 15일)이 이어진다.
여성 작가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하는 ‘노마드 작가’ 양혜규 개인전(2∼5월)이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다. 외할머니가 살았던 폐가를 이용한 설치로 주목받으며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작가로 선정된 그 작가다. 대구미술관에서는 깨진 도자기를 이용해 설치를 하는 이수경 개인전(2∼5월)이 관객을 기다린다. 영국의 YBA멤버(1980년대 부상한 젊은 작가들)로 자신의 성적 체험까지 작품으로 올려 ‘무례한 고백적 작업의 작가’로 불리는 트레이시 에민의 개인전(10∼12월)도 국제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통을 새롭게 보는 시도도 눈에 띈다. 리움의 ‘한국전통건축예찬’(11월∼)은 사진과 영상, 도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킨다. ‘세밀가귀(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7∼9월)은 한국 고미술의 정수 가운데 세밀함이라는 키워드에 속하는 작품을 뽑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서세옥’ 전시(12월∼)에서는 한국화를 현대화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분단 역사·백남준… 전시장 달군다
입력 2015-01-05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