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내가 의과대학을 나오고 의사가 된 지 만 36년이 되는 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그동안 나도 세 번 이상 변했다. 성형외과 전문의에서 하지정맥류 전문의로 20년, 그리고 지금은 10년째 림프부종 전문의로 행세하고 있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1995년 어느 날 쌍꺼풀 수술을 목적으로 필자의 진료실을 방문했던 한 중년부인이 상담 중 “이참에 보기 흉하게 튀어나온 내 종아리 핏줄도 감춰 달라”고 주문한 것을 계기로 시작했다.
하지정맥류란 정맥혈관의 판막이 망가져 피가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다리 혈관이 힘줄처럼 불거져 겉보기에 흉해 짧은 치마를 입기가 어려워지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고 피곤한 증상이 생긴다.
따라서 보기 싫은 혈관을 없애면 미용 효과뿐만 아니라 이상이 생긴 혈관을 치료하는 효과도 얻어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방면으로 전문가를 수소문한 결과 독일에 연구를 많이 한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곧바로 독일로 건너가 ‘정맥류 치료법’을 전수받고 돌아왔다. 이어 국내 최초로 하지정맥류 클리닉을 열어 치료를 시작했고 2000년에 중국 다롄에, 2006년에는 베이징에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을 오픈했다. 대한정맥학회도 만들어 동료의사들과 하지정맥류 치료법을 더욱 갈고 다듬고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연구를 계속했다.
그간 내가 치료한 국내외 하지정맥류 환자는 무려 4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또한 나를 하지정맥류완 전혀 다른 질환인 림프부종에 대해 새로 공부하도록 이끌었다. 림프액 순환장애로 다리가 부은 환자들이 림프부종을 하지정맥류와 유사한 다리 혈관질환으로 오인해 찾아왔기 때문이다.
림프부종은 림프액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피부 및 피하지방 안에 비정상적으로 고이면서 팔다리가 크게 붓는 병이다. 림프부종은 두 종류가 있다. 1차성 림프부종은 림프선의 선천적인 기형으로 림프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다. 2차성 림프부종은 유방암, 자궁암 등 암수술 시 암세포 전이를 막기 위해 주위 림프절을 제거한 뒤 팔다리가 붓거나 방사선치료, 외상, 감염 등으로 림프액 순환계가 막혔을 때 발생한다.
나는 다시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림프부종 전문가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미세림프절 이식술 등 나만의 치료법을 개발해 진료에 할용 중이다. 물론 아직 100% 완치를 장담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 오갈 데 없던 림프부종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을미년 새해는 보다 나은 림프부종 치료를 위해 임상연구에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한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
[헬스 파일] 하지정맥류와 림프부종
입력 2015-01-06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