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면 으레 도전해보는 일이 ‘성경 통독’이다. 연초인 이맘때 더 그런 것 같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신·구약 66권을 완독하는 건 쉬운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1년 동안 매일 3∼5장씩 꾸준히 읽어 나가면 완독은 가능한데, 창세기와 출애굽기를 거쳐 레위기에 이르러 큰 고비를 만난다. 이른바 ‘레위기의 장벽’이다.
모세 5경 중 하나인 레위기에는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 방식과 예물, 율법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용어들이 반복되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터라 중도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때가 대략 1월 말에서 2월 초 즈음이다. 지루한 논쟁이 이어지는 욥기나 이사야와 예레미야, 에스겔 같은 예언의 내용이 담긴 선지서도 진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성경 통독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성경 읽기 환경은 훨씬 나아졌다. 성경 목차가 아닌 연대기 순으로 읽거나 신·구약을 번갈아가면서 통독에 이르는 방식도 있다. 통독 전문 강사의 해설을 곁들여 일주일 만에 완독하는 성경통독 캠프 같은 곳도 상설 운영 중이다. 주로 연초나 여름·겨울 방학 때 인기가 많은데, 혼자 읽는 것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성경을 읽고 들을 수 있게 됐다.
성경 통독의 유익한 점은 뭘까. 성경 통독 운동을 펴는 조병호 목사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 속에서 삶의 방향과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취재했던 황현성(76) 장로의 조언도 기억난다. 한쪽 눈으로 6년 동안 300번 넘게 성경을 완독한 그는 “다독할수록 성경 지식이 쌓이는데, 나도 모르게 우쭐해지더라”면서 교만한 마음이 깃들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양의 해다.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요 나는 주님의 귀한 어린 양’(찬송가 570장) 찬송의 양처럼, 곧 주인의 인도함을 의지하는 겸손한 자세로 성경 통독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삶의 나침반을 만날 수도 있다.
박재찬 차장 jeep@kmib.co.kr
[한마당-박재찬] 성경 통독
입력 2015-01-0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