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에 지역난방(열병합)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에너지를 보다 원활하게 공급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지역이기주의와 함께 그린벨트 훼손 논란에다 특정 기업 특혜 시비까지 겹치면서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 완화 방안의 하나로 그린벨트 내 열병합발전소 가압(加壓)시설 설치를 허용할 방침이다. 가압시설은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을 가정과 공장 등에 수송하는데 ‘중간 펌프’ 역할을 한다. 현재는 그린벨트 내에서 열 공급시설은 땅에 묻는 열 수송관만 설치가 가능하다. 가압시설도 지하 20m 깊이에 150∼200평 규모지만 지상에도 연결통로, 관리시설이 지어진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그린벨트 규제 완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설치 가능한 시설을 열 수송관에서 ‘열 수송시설’로 바꾸고 ‘가압시설’과 ‘열 교환기’를 명시할 방침이다.
위례신도시에 난방을 공급할 목적으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중인 SK E&S 자회사 위례에너지서비스는 1㎞가량 떨어진 인근 송파 문정지구에도 서비스 계획을 세웠으나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반발로 철회했다. 주민들은 당초 위례 지역에 공급키로 한 난방을 왜 다른 동네까지 공급하려 하느냐, 사업 확장용 아니냐는 등의 논리를 폈다고 이 회사는 전했다. 이에 9㎞가량 떨어진 같은 자회사 하남에너지서비스가 문정지구에 난방을 공급하려 했지만 이번엔 하남시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결국 위례에너지가 그린벨트를 가로질러 하남에너지에 난방을 공급키로 하고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다. SK E&S 측은 “발전량이 약한 하남에너지에 비상용으로 열량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그린벨트 내에 가압시설 설치가 안 되면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지구의 경우 SK 측이 난방 공급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정부에 보냈지만 여전히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주민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열 수송 비용이 줄어들고 주민들도 싼값에 난방을 공급받는 데다 혐오시설인 난방시설 건립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특정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은 “정부가 위례에너지서비스 발전용량을 당초 주민들과 약속한 228메가와트(㎿)에서 460㎿로 올려 허가한데 이어 그린벨트 가압시설까지 설치해주면서 사실상 SK의 영업을 도와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단독] 그린벨트 발전소 시설 규제 완화 추진 논란
입력 2015-01-03 04:19 수정 2015-01-03 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