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한 표정 vs 분위기 주도

입력 2015-01-03 03:11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여야 대표가 뒤바뀐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여권 내부 계파 갈등이 촉발된 이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라 시선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는 어색하고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독대는커녕 별도 회동도 없었다.

김 대표는 헤드테이블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에 홀로 앉아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쳐다보거나 혼자 선 채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김 대표가 앉은 헤드테이블을 찾아 인사하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다. 그나마 옆자리의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김 대표에게 자주 말을 걸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도 간단한 덕담을 나눈 것 외에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문 위원장과는 악수한 뒤 헤어졌지만 다소 떨어져 있던 김 대표는 그냥 지나칠 뻔한 것. 박 대통령은 뒤늦게 돌아와 김 대표와 악수를 했다.

반면 문 위원장은 특유의 자학 개그로 웃음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지난해 신년 인사회에서 민주통합당 김한길 당시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과는 사뭇 달랐다.

김 대표가 “존경하는 문희상 위원장님, 복 두 배로 더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는 덕담으로 인사말을 마무리하자 문 위원장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문 위원장은 “제가 뒤태가 좀 시원치 않아서 옆으로 섰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복이 많아 배가 나와 있는데 ‘복복이’가 되는 심정”이라고 좌중을 웃겼다. 문 위원장은 이어 “(여기 참석한 분들이) 다 정상급”이라며 “그런데 저만 비정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왔기에 송구스럽기 그지없는데, 특히 헌법재판소장께서 ‘을미적거리다 병신된다’고 (옛 노래를 소개) 했는데 (제가 이 자리에서) 잘못했다가 병신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 태산같다”고 특유의 입심을 과시했다. 또 갑오년에서 을미년으로 바뀐 것을 상기시키며 “갑은 가고 을이 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