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중적 매력이 있는 단어다. 억양에 따라 만날 때 또는 헤어질 때 인사가 된다.
지난 12월 3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현대무용가 김설진(34·사진)이 2014년에 작별을 고하고 2015년을 맞이하는 인사를 건넸다. 공연 ‘안녕’을 통해서다.
지난해 김설진은 현대무용도 누구나 즐길 수 있음을 알려줬다.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에서 협력안무가로 활약하던 그는 지난 4월 한국으로 돌아와 케이블채널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 시즌2’에 출연했다. 그의 춤을 본 사람들은 ‘갓(god) 설진’이라 불렀다. 유명세 덕에 30, 31일 이틀간의 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해 김설진이 동갑내기 무용가 남현우와 만든 ‘무버(MOVER)’라는 현대무용팀이 처음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김설진은 “‘무버’는 실력 있는 한국 무용가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오랜 계획을 실현한 팀”이라고 말했다.
김설진은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벨기에에 갔다가 여행 온 남현우를 만났다. 그리고 서로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댄싱9’ 출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김설진은 남현우와 다시 만나 ‘무버’를 결성했다.
“‘무버’라고 하니 사람들이 이삿짐센터로 오해하세요. 몸을 움직여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싶어 지은 이름입니다.”
올해 계획은 ‘무버’를 아트컴퍼니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아트컴퍼니라는 말처럼 현대무용 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단원도 모집할 거구요.”
‘안녕’ 공연은 아트컴퍼니가 나아갈 방향을 시사했다. 파격적인 안무에 개그와 호러 요소를 자연스럽게 버무렸다. 시나리오는 치밀했다. 오후 8시 공연장 문이 열리고 관객들이 92석의 객석을 채우는 과정부터 공연은 시작됐다.
김설진은 “단절된 소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사무실, 집 등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 직장 동료, 가족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자는 것이 숨은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해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품은 최소화했다. 검정색 소품 박스 안에서 나오는 블럭들은 출연자가 조립할 때 마다 사무실 책상이 되고 침실이 됐다. 내용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지난 해 대중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제 공연이 재미없으면 사람들은 현대무용이 재미없다는 생각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올해는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춤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겁니다.”
서윤경 기자
단절된 직장인·가족… 개그·호러 버무린 현대무용에 담아
입력 2015-01-05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