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 (下)] “교회가 평화 위해 역할하면 하나님이 통일 선물 주실 것”

입력 2015-01-05 00:36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C채널 스튜디오에서 최근 열린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 신년특별좌담에서 중견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에 공공성과 소통을 강화하고 상생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정성진 김학중 유만석 진재혁 목사. 강민석 선임기자
국민일보와 C채널은 공동으로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를 주제로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C채널 스튜디오에서 두 차례 신년특별좌담을 가졌다. 1차에 이어 2차 좌담에 참석한 중견 목회자들도 한국교회가 성장·성숙하기 위해선 진정성을 갖고 소통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사회의 희망이 되기 위해 예수정신·공동체 의식을 품고 통일시대를 위해 새터민 사역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자=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참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세월호 참사다.

△정성진 목사=세월호 참사는 사람과 짐을 많이 싣기 위해 배를 편법으로 개조하면서 시작됐다. 과적 운행 횟수가 1년에 200번이 넘었다. 그렇게 번 돈이 29억원이다. 그런데 그 29억원 벌자고 나라를 완전히 결딴낼 뻔했다. 황금을 쫓아가다가 황금도, 생명도 모두 잃어버렸다. 근본 원인은 황금만능주의에 있다.

△유만석 목사=유족의 아픔, 국민적 고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참사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기본으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회자=세월호 문제는 이단의 문제이기도 했다.

△진재혁 목사=교회 밖에서 볼 땐 이단과 정통교회는 구분이 잘 안 된다. 사회적으로 이단 문제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책은 한국교회가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을 향해 긍휼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한국교회가 같이 울며 진정으로 함께할 때 사람들은 ‘이게 진짜 그리스도의 사랑이구나’ 생각할 것이다.

△사회자=한국교회 신뢰도가 3대 종교 가운데 최하위다. 어떤 사람들은 ‘기독교의 명예회복이 과연 가능하냐’고까지 말한다.

△정 목사=이율배반적인 내용인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조사를 보면 가장 많은 봉사를 하는 종교가 어디냐는 질문에 개신교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평판은 나쁘다. 한국교회가 민주화까지는 굉장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교회가 커진 다음에는 목회가 교회를 추스르기 위한 관리형으로 변했다. 볼륨이 너무 커지다 보니 우리들만의 잔치, 우리들만의 리그가 됐다. 그걸 보고 사회가 공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진 목사=사회는 교회의 진정성에 대해 질문한다. 교회가 커지면서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진 것 아닌가. 이웃을 섬길 때는 진정성을 갖고 해야 한다.

△유 목사=저를 포함한 모든 목회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다만 개신교 성직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일거수일투족 모두 노출돼 있다. 부도덕이나 실수가 금세 드러난다. 실수한 몇몇 사람 때문에 위상이 도매금으로 떨어진다. 물론 과거에 비해 목회자들이 편안하고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40∼50년 전 왕진가방을 들고 걸어 다니며 심방을 했던 목회자처럼 살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사회자=한국교회 안에 지도자가 없다는 말이 많다.

△정 목사=시대는 영웅을 필요로 하면서도 영웅을 흔들어 무너트리고 있다. 누구든 올라서면 흔들어버린다. 우리 스스로 훌륭한 분을 존경하고 따르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유 목사=한국교회에 훌륭한 지도자가 많다. 그러나 교파와 교단주의 때문에 다른 교파의 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지도자를 만들지 못한다.

△진 목사=지도자가 신뢰를 주기 위해선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헌신해야 한다.

△사회자=한국교회의 위기라고 한다. 위기극복 방안은.

△정 목사=성장과 성숙은 떼어서 말할 수 없다. 성장 속에 성숙이 있다. 자기만을 위한 성장이냐, 진정한 나눔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교회는 성장해야 하지만 나눔도 실천해야 한다. 천주교처럼 우리도 함께 살아가는 공교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교회는 지역 70개 교회를 형제삼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4년간 함께하니 다른 교회라는 의식이 옅어졌다. 지난해 말 지역의 작은 교회 목사님 36명과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교회에서 예산지원을 했다. 교회마다 전도팀도 보내고 예배 지원팀도 보내 용기를 드리고 있다. 바자회도 함께 했다. 대형교회와 소형교회가 손을 잡고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면 믿지 않는 분들도 좋게 생각할 것이다.

△사회자=한국교회에 젊은이가 줄어들고 있다.

△진 목사=제일 심각한 문제다. 한 번은 기독교학교에 채플을 인도하러 갔는데 학생들이 설교를 듣지 않더라. 크리스천 학생인데도 말이다. 다음세대의 문제는 아주 절박하다.

△유 목사=교회에서 젊은이가 줄어든 원인은 예배에 있다. 과거에는 주일학교 예배가 오전과 오후에 있었다. 토요일에도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학벌주의에 빠져 점점 양보하고 포기하다 보니 이런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렸다. 그런 면에서 주일 저녁예배를 회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가 출산장려운동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

△정 목사=청년부 담당 목사님이 35세인데 청년부에 42세 회원이 있더라. 교회에서 나이 든 미혼 남녀들을 보살펴야 한다. 결혼상담소 같은 것을 여러 교회가 함께 만들어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결혼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의 통로다. 그런데도 많은 청년들이 모든 것을 갖춘 뒤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세상적 가치관에 함몰돼 있다. 청년의 때에 결혼에 대한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회자=교회의 소통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유 목사=인터넷엔 교회를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젊은이들이 볼 때는 문제만 보인다. 그러나 교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 모르게 한다. 이런 게 고착화되다 보니 교회선택이 아주 어려워졌다.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필요하다. 교인들에게 인터넷 공간에서 기독교가 공격 받을 때 가만히 있지 말고 공평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장점도 부각시키라고 말한다. 교회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한 글이 너무 많다.

△진 목사=소통을 하기 위해선 소통의 대상이 무엇을 중시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상은 교회를 향해 이웃에 대한 섬김과 봉사를 원한다.

△사회자=한국교회는 통일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정 목사=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동독과 서독은 경제적 차이가 3대 1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통일기념일에 독일 어느 가정을 방문했는데 집주인이 ‘기분 나쁜 날’이라고 하더라. 통일 이후 세금을 너무 많이 냈기 때문이란다. 우리와 북한은 경제적 격차가 30대 1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의 통일은 남한 입장에서 쪽박이 된다. 준비된 통일이라야 대박이다. 교회는 통일을 위해 늘 기도해야 한다. 남한은 남쪽으로 보내주신 3만명의 새터민을 끌어안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2500만명을 끌어안겠다는 말인가. 그들을 통일 선교사로 받아들이면 통일 후 우리가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새터민 신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도 제공해야 한다.

△진 목사=새터민들은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이 남한과 한국교회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회가 이 사역을 집중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 사역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어느 독일교회 목회자는 ‘처음부터 통일을 원하지 않고 평화를 원했는데 하나님께서 통일을 선물로 주셨다’고 하더라. 정말 북녘땅 영혼을 사랑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하나님은 당신의 시간에 당신의 방법으로 통일을 허락하실 것이다.

△유 목사=성급한 통일은 많은 부작용이 따를 것이다. 사상·경제적으로 포용할 준비가 됐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교회에서 새터민 정착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모집 광고를 했는데 성도들의 관심이 별로더라. 한국사회는 물론 교회의 준비도 아직 부족하다. 한국교회는 창구를 일원화해서 통일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사회자=한국교회가 희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 목사=희망은 사랑이다. 사랑의 근본 되시는 하나님, 이 땅에 오신 예수님만이 희망이다. 한국교회가 진정 예수를 사랑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

△유 목사=믿지 않는 비신자들의 기대감이 크다. 아예 포기했으면 공격도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은 희망을 노래하라는 사인으로 봐야 한다.

△진 목사=희망은 신실하신 하나님을 향한 믿음에서 나온다. 어떤 의미에서 진짜 희망은 우리의 연약함을 고백하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철저하게 따르는 믿음에 있다.

정리=백상현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