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한국 구호대 1명, 환자 채혈하다 주삿바늘 접촉

입력 2015-01-03 00:45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 의료진 1명이 에볼라 환자 채혈을 하다 손가락에 주삿바늘이 닿았다. 현재까지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 의료대원을 제삼국인 독일로 후송해 바이러스 잠복기간(21일) 동안 면밀히 관찰키로 했다.

◇의료 활동 3일 만에 사고=보건복지부와 외교부는 2일 “시에라리온 프리타운 인근 가더리치 에볼라치료소(ETC)에서 근무 중인 구호대 1진 10명 중 1명이 지난달 30일 오전(한국시간)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채혈 중인 환자가 갑자기 몸을 움직이면서 발생했다. 이 의료대원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주삿바늘이 왼손 검지 안쪽 부위의 장갑을 찢고 살갗에도 닿았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의료대원은 세 겹으로 된 장갑을 끼고 있었고, 찔렸거나 긁힌 것이 아닌 닿은 것”이라며 “본인도 ‘스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 대원은 주삿바늘 접촉 직후 손가락에 압박을 주었으나 출혈은 없었다. 이어 지침에 따라 5% 염소 소독약에 해당 부위를 30분간 담갔다. 권 정책관은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에볼라 환자는 의식이 혼탁해질 수 있고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환자는 이후 사망했다.

의사 4명, 간호사 6명으로 이뤄진 에볼라 긴급구호대 1진은 지난달 13일 출국했다. 영국과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적응훈련을 거쳐 29일부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틀 앞당겨 27일 의료 활동에 투입됐다. 본격 활동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잠복기 21일간 격리 관찰=해당 대원은 현재까지 구토나 발열 등 에볼라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별다른 외상도 없다. 비슷한 일을 겪은 영국 의료진이 통상적 잠복기간인 21일간 격리 관찰 뒤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돼 현장에 복귀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현지 상황을 총괄하고 있는 영국 개발협력부(DFID)와 가더리치 ETC 의료진은 바이러스 노출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염 여부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세계보건기구(WHO)에 후송 지원을 요청했다. 1일 오전 독일 베를린의 한 병원에서 이 대원을 받겠다고 알려왔다. 이 대원은 3일 오전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에어 앰뷸런스(응급의료 전용기)’를 타고 베를린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독일로 후송하는 이유에 대해 오영주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WHO의 요청에 먼저 수용 의사를 밝힌 병원으로 후송하는 국제적 시스템을 따랐다”며 “정부는 유사시 최상위급 병원으로 보낸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고, 해당 병원은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에볼라 감염이 의심돼 독일로 후송된 경우는 3건이다. 미국으로 8건, 독일을 제외한 다른 유럽으로 15건 후송이 이뤄졌다.

해당 대원의 감염 여부는 20일쯤 가려지게 된다. 감염되지 않았다고 판명돼도 더 이상 의료 활동을 하지 않고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 긴급구호대 1진의 활동이 어차피 24일 끝나기 때문이다. 긴급구호대 2진은 예정대로 10일 출국한다. 오 국장은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에 공표했던 구호활동 약속은 그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