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 유출 수사는 문건 작성자 박관천(49·구속) 경정의 기소와 함께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피의자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된 점 등은 이번 검찰 수사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정치권이 스스로 해결할 문제를 검찰에 떠넘겨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 무고, 공무상 비밀누설 등 4가지 혐의로 3일 오후 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박 경정이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에서 공모했다고 진술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박 경정이 반출한 문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서 복사·전달한 한모(45) 경위도 조만간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불구속자는 5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세간에 무성했던 여러 가지 국정개입 의혹은 사실무근이었음을 밝혀냈다. 서울 강남 J중식당의 일명 ‘십상시’ 모임, 정윤회(60)씨의 박지만(57) EG 회장 미행설 등은 박 경정이 부실한 근거에 기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문건이 박 회장 및 기업체와 언론사로 흘러간 경로들을 확인한 것도 수사의 성과였다.
하지만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박 경정을 제외하고 전부 기각됐다. 최모(사망 당시 45) 경위는 영장이 기각된 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달 30일 영장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검찰 측에 “조사해보세요”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 장본인으로 지목한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의도도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들이 박 회장 측에 ‘비선 보고’를 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계 진출 욕심 때문이란 관측이 흘러나오지만, 조 전 비서관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허위 유출경위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장본인으로 파악해 서면으로 소환을 통보한 오모(45) 전 청와대 행정관은 잠적한 상태다.
‘청와대 가이드라인 논란’도 검찰의 상처로 남았다. 수사 과정에서는 야당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통령부터 ‘찌라시’로 규정한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보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검찰은 5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청와대 비서진이 고소한 세계일보 기자들의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한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이 고발한 정윤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정씨의 새정치연합 문희상 대표 무고죄 고소 사건 등도 추가 수사한다.
이경원 문동성 기자 neosarim@kmib.co.kr
박관천만 오늘 구속기소… ‘靑 문건’ 수사 용두사미
입력 2015-01-03 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