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전날 신년사에서 군사 분야 비중이 예년의 신년사보다 훨씬 줄었다고 2일 분석했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김 제1비서가 언급한 ‘경제 역량투입’을 고려하면 북한 당국이 군사 분야에 투여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군사 분야 성과를 거론했다. 서론 성격의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군사 분야를 언급했다. 작년에는 정치와 사상 분야를 다룬 뒤 군사적 성과를 거론했었다. 이에 대해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미시연구소 김동엽 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사 분야 성과를 앞세웠지만 그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선군정치’를 강조하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도리어 “군사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더 집중할 계획임을 시사한 것”이란 관측이다. 2015년 계획을 밝히면서 “인민군대는 당의 부강조국 건설 구상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노동당 위상 강화와 기능 정상화로 과도한 군사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했다.
또 김 제1비서가 “인민군대 후방사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군인들에게 더 훌륭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도 경제여건 개선에 방점을 둔 것으로 여겨진다. 각종 군수물자와 생활물품을 마련하는 일을 군에서도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라는 것이다.
‘군력 강화의 4대 전략적 노선과 3대 과업을 철저히 하라’는 새로운 주문이 등장한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4대 전략적 노선은 지난해부터 언급되기 시작됐고 3대 과업은 이번에 처음 언급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시대 이전에 추진됐던 4대 군사노선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제한적인 환경에서 최대한 군사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로 추정된다”고 했다.
김 제1비서는 미국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표현을 상당히 자제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국책연구소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인권과 관련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청했지만 수위가 높다고 볼 순 없다”며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 11월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장이 방북 시 모종의 묵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당시 미국은 억류 중인 2명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서 클래퍼 국장이 방북했을 뿐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남북 대화 모드] 군사부문은 늘 하던 말… 경제가 급했다
입력 2015-01-03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