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명 대 8명’은 뭘 뜻하는 숫자일까? 18만명은 2013년에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 관광객 숫자다. 정확히 말해 2013년 한 해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18만9000여명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승무원이나 인도네시아 노동자 등도 포함돼 있지만 대다수는 여행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다.
그리고 8명이라는 숫자는 2013년 한국에서 활동한 인도네시아어 관광 가이드 자격증 소지자의 숫자다. 다행히 지난해엔 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1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관광객은 21만명이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14명의 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21만명의 인도네시아 방한객들에게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 셈이다. 이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태국 방한 관광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태국 관광객은 37만3000여명이었는데 태국어 가이드 자격증 소지자는 27명에 불과하다.
그럼 부족한 인도네시아어 가이드 문제를 여행사들은 어떻게 풀고 있을까? 영어 가이드 자격증을 소지한 합법적인 한국인 영어 가이드를 고용해 설명하게 하고, 인도네시아 측 인솔자가 다시 인도네시아어로 통역하는 방법이다. 물론 의사전달이 정확하지 않을 뿐더러 시간도 많이 걸리는 등 대단히 번거롭다.
그래서 여행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하는 방법이 불법 가이드 활용이다. 인도네시아어가 유창하지만 관광 가이드 자격증이 없는 한국인을 가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이다. 불법 가이드를 고용하다 처음 적발되면 시정명령, 2차 적발 시에는 15일 영업정지 또는 벌금, 3차 적발 시에는 30일 영업정지 또는 벌금, 4차 적발 시에는 영업취소다. 최근에는 관광경찰까지 활동하면서 불법 가이드 고용 적발 건수가 대폭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나 태국어 가이드가 과부족인 이유는 우선 관광통역 가이드 시험 횟수가 1년에 1회로 너무 적다는 점이다. 특수언어는 정기시험 외에 특별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시험 횟수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험 횟수를 늘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필기시험 과목과 어려운 시험 때문이다. 실제 가이드로 활동하는 데 별로 유용하지 않은 국사, 관광자원 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의 과목을 달달 외워야 하므로 특수외국어 전공자들조차 응시를 꺼리는 게 현재 상황이다.
따라서 가이드 인력이 부족한 태국어나 인도네시아어 등 특수외국어에 한해 당분간 자격시험에서 소양교육으로 바꿔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해당 외국어 구사에 비중을 많이 두고,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소양 부분은 3∼6개월의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자격을 심사하는 자가 공정하고 부당함이 없어야 하고, 교육 내용을 현실에 맞게 갖추고 알차게 꾸며야 한다. 당연히 한국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자격심사 및 소양교육 부분을 맡으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오는 관광객들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몇 년 후 대한민국은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게 된다. 날로 늘어나는 인도네시아 관광객과 태국 관광객들을 그때까지도 고작 수십 명의 가이드만으로 맞게 할 셈인가? 본격적으로 불고 있는 동남아인들의 방한 열풍이 가이드 부족으로 인해 차갑게 식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오현재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장
[기고-오현재] 18만명 vs 8명
입력 2015-01-03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