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부상 당한 선수에게 험담을 하다니… 관중 권리만큼 선수 인권도 중요하다

입력 2015-01-03 00:11
새해 첫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전주 KCC의 경기. 4쿼터 종료 7분 전 ‘공룡 센터’ 하승진(30·KCC)이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의 팔꿈치에 코를 맞고 쓰러졌다. 하승진은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코에선 피가 쏟아졌다. 사건은 하승진이 치료를 위해 코트 반대편에 있는 라커룸으로 가던 중 일어났다.

하승진은 삼성 팬인 한 여성으로부터 “다리라도 부러졌는 줄 알았다. 왜 꾀병을 부리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격분한 그는 라커룸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관중석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다행히 KCC 관계자들과 안전 요원들의 제지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팬들은 볼썽사나운 장면에 얼굴을 찌푸렸다.

하승진은 지난해 12월 9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한 이후 3주간 치료에 전념해 왔다. KCC는 그가 결장한 7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복귀하자마자 또 부상을 당한 하승진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팬으로부터 험담을 듣고 결국 폭발한 것이다.

KCC 관계자는 2일 “진단 결과 코뼈가 부러져 앞으로 2∼3주 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다”며 “부상에 이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2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농구 10개 구단에 주의를 요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선수와 관중의 충돌로 선수가 징계를 받은 사례는 없다.

하승진은 프로선수로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부상당한 선수에게 ‘갑질’을 한 여성 팬의 의식도 수준 이하라는 지적이 많다. 선수에게도 보호받아야 할 인권이 있다. 팬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저급한 관중 문화를 만든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