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 농촌경제의 힘!] 겨울왕국 축제… 혹한이 뜨겁다

입력 2015-01-03 03:25 수정 2015-01-03 15:19
강원도 홍천군 홍천강에서 열린 홍천강 꽁꽁축제에서 낚시채를 든 어린이가 얼음구멍 앞에 엎드려 힘차게 펄떡이는 송어를 바라보고 있다. 2일 개막된 홍천강 꽁꽁축제에는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국민일보DB


축제의 계절이 사계절로 다변화되고 있다. 겨울은 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움츠러들기 쉽고, 외부 활동도 줄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야외에서 체험하는 축제를 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1998년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가 체험형 겨울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어 2003년에 처음 열린 화천 산천어축제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전국 겨울축제가 성장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

지금은 원조인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를 필두로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경기도 가평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전남 보성차밭 빛축제 등이 대한민국 겨울축제를 이끌고 있다. 인제빙어축제는 올해 가뭄으로 인해 열리지 않는다.

◇겨울축제에 열광하는 이유는=축제 전문가들은 오감(五感)을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산천어축제, 빙어축제, 송어축제 등은 다른 축제와 달리 살아 있는 생명체를 직접 보고, 잡고, 먹을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갑작스러운 고기의 입질,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물고기를 낚는 짜릿함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겨울축제의 묘미다. 관광객과 축제를 잇는 매개체가 물고기인 셈이다.

문화예술 기획자인 이선철 감자꽃스튜디오 대표는 “송어, 산천어 등을 낚는 축제는 단지 보고 즐기는 다른 축제와 달리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면서 “겨울에는 다른 계절과 달리 소재가 한정돼 있어 강원도와 경기도 등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축제를 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펄떡이는 고기를 직접 잡는 역동적인 체험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강원발전연구원 이영주 연구원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늘었지만 겨울철에는 스키장을 제외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겨울축제는 가족과 함께 즐기는 서민적인 여가생활이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겨울축제가 비슷하고 다른 지역의 축제를 함부로 베끼는 부정적인 부분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단순히 얼음판에서 즐기는 축제를 뛰어넘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축제=지난달 20일 평창 송어축제를 시작으로 전국 겨울축제가 속속 문을 열고 본격적인 겨울손님맞이에 들어갔다. 다음 달까지 강원도에서는 화천 산천어축제, 영월 동강겨울축제, 홍천강꽁꽁축제, 대관령눈꽃축제, 태백산눈축제 등이 열리고 경기도에서는 가평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와 파주 송어축제 등이 진행된다.

이들 축제의 공통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축제 행사는 송어 산천어 빙어 얼음낚시,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등 동적인 체험과 눈·얼음조각 전시 관람 등 정적인 프로그램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눈과 얼음썰매, 얼음자전거, 스노래프팅 등 추위를 녹일 다양한 겨울놀이가 마련돼 있다.

송어나 산천어 얼음낚시는 작은 얼음구멍 속에 루어 미끼를 넣어 놓고 낚싯줄을 위 아래로 고패질만 하면 된다. 특별한 낚시 기술 없이도 즐길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하기에 제격이다.

직접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먹거나 회, 튀김, 매운탕으로 즐길 수 있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장 곳곳에는 송어나 산천어 등을 알루미늄 호일로 싸서 구워주는 코너가 있다. 저렴한 비용에 회를 떠주는 곳이 있고 튀김이나 매운탕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8800개의 등(燈)이 빛나는 화천 산천어축제장의 화천읍 선등(仙燈)거리, 얼음축구, 대형 눈과 얼음조각, 다양한 공연 등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각종 볼거리가 가득하다.

또 전국 최대의 녹차 재배지인 전남에서는 보성차밭 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보성차밭에 200만개의 화려한 LED 전구를 이용한 화려한 은하수터널, 봇재∼다향각 구간의 경관조명, 형형색색의 차밭 빛물결, 공룡을 이용한 포토존 등이 설치돼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평창 송어축제 관계자는 “겨울축제장에는 눈과 얼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체험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면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층이 함께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겨울축제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축제가 성공? 글쎄요!=겨울축제가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축제는 정확한 분석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초기에 문을 닫기도 했고, 축제에서 불거진 문제를 거울삼아 더 발전해 나가는 축제도 있다. 2005년 겨울 강원도 한 자치단체에서는 메기축제가 열렸다. 이 자치단체는 하천을 막아 3000여 마리의 메기를 얼음낚시터에 방류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아무리 낚싯대를 드리워도 메기가 잡히지 않았다. 송어나 산천어 등 차가운 물에서 활동하는 냉수성 어종이 아닌 메기를 풀어놓다 보니 잡힐 리 만무했다. 결국 이 축제는 첫 행사가 마지막 축제가 됐다.

2005년 겨울 강원도 인제에서는 열목어축제가 처음으로 열렸다. 열목어 얼음낚시가 메인 행사인 이 축제는 2010년까지 6차례 열렸다. 하지만 축제에 사용할 자연산 열목어가 부족하다 보니 열목어 대신 송어를 풀어놓았다. 2009년에는 열목어 500여 마리에 송어 6t을 풀어놓으면서 관광객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결국 이 축제는 대상 어종을 송어로, 이름을 ‘내설악 강변축제’로 바꿔야 했다. 인제군 관계자는 “축제에 사용할 자연산 열목어가 적다 보니 축제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대상 어종을 송어로 바꾼 이후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축제를 즐기고 있다”고 밝혔다.

◇축제의 주인공은 주민=“화천 산천어축제 성공의 원동력은 지역 발전을 한마음으로 염원하는 지역주민들이다.” 지난해 1월 화천에서 개최된 세계겨울도시시장회 회의에서 정갑철 전 화천군수가 ‘화천의 기적’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 말이다.

화천 산천어축제와 평창 송어축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산천어축제장에는 축제기간 모범운전자회, 새마을부녀회, 의용소방대 등 지역 12개 사회단체와 군부대에서 수많은 봉사자와 군 장병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영하의 날씨 속에도 식지 않는 자원봉사의 열기는 축제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평창 송어축제도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시작됐다. 진부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축제를 운영하는 주민 주도형 축제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주민 대부분이 축제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축제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정덕후 화천군번영회장은 “축제가 열리면서 지역에 일자리가 늘고, 농특산물을 판매할 기회도 생기는 등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면서 “축제는 주민들이 주도해야 성공할 수 있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고스란히 지역이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