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소금

입력 2015-01-03 04:26 수정 2015-01-03 15:35
염전. 위키피디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금 파는 직업은 중요한 사회적 구성 요소였다. 우리의 삶이 소금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역사에서 소금의 비중 또한 적지 않다. 멀게는 기원전 1세기 로마와 스페인 간의 소금전쟁, 17세기 독일과 오스트리아 간 소금의 경제적 가치로 인한 전쟁이 있다. 가깝게는 19세기 말 미국과 북아메리카 원주민 간의 소금 갈등이 있었다. 조선시대 한강 마포나루터는 소금중심 상업지였다. 인근의 염창동은 소금창고에서, 염리동은 소금장수가 있었던 것에서 기원한 지명이다. 전쟁에서 일상까지 무슨 이유로 소금은 이리도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고대 전쟁에서 소금은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기능과 병사의 상흔을 치료하는 소독작용을 담당한 물질이었다. 이 작용은 소금이 유발하는 삼투압이라는 현상 때문에 가능하다. 음식을 상하게 하고 상처를 악화시키는 건 병원성 미생물의 침투로 인한 것인데, 미생물이 소금기에 닿으면 미생물 체내의 물이 몸 밖으로 빨려나가 사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혈액의 0.9% 염분 농도는 몸 속 세포에 소금기를 주어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보편적 저항성을 유지시켜주는 보호막을 형성케 한다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속에서 분해된 소금의 나트륨이온은 체내 신경전달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극이 없는 평상시 신경세포 내외부는 각각 음전하(-)와 양전하(+)를 띠는데, 자극을 감지하면 내외부의 전하가 바뀌면서 신경반응을 유도한다. 이는 신경세포 밖의 나트륨이온이 세포 안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한다. 따라서 적정한 소금 섭취 없이는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기에 인류에게 소금은 필수적인 물질로 자리한다.

소금은 바다(천일염)는 물론 육지(암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분포하는 곳의 특성에 따라 염분 농도가 다르다. 일반적 해수의 염분 농도는 3∼5%인데 중동 지역에 위치한 사해의 소금 농도는 20∼30%이다. 높은 소금 농도로 인해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게 되었고 이것이 ‘죽음의 바다’로 부르게 된 연유이다. 과유불급, 지나치게 많은 것은 모자란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진리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새해에는 모든 일이 알맞은 규모로 계획되고 실천되기를 소망해본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필자가 바뀌었습니다. 지난 한 해 수고해주신 이성규 과학 칼럼니스트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