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00억대 육군 이천 관사 ‘뒷돈 수주’

입력 2015-01-02 03:07 수정 2015-01-02 16:37

대보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보건설이 500억원 규모의 관급공사를 수주하면서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뒷돈’을 쓴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전달책’인 대보건설 부사장 등 계열사 임원 3명은 구속됐다.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1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등규(66·구속) 대보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일부 파악한 것이다. 각종 방위사업 납품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군은 시설공사 특혜의혹 수사까지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국방부에서 발주한 ‘육군 이천 관사 및 간부숙소 민간투자 시설사업’을 따내기 위해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줄 뇌물을 전달받은 혐의(제3자 뇌물취득)로 대보건설 민모 부사장과 장모 이사, 대보실업 임모 전무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 자사의 사업계획서에 좀 더 높은 평가점수를 달라는 명목으로 심의위원들에게 전달할 뇌물 수억원을 ‘윗선’으로부터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금품 수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심의위원 허모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방부는 2010년 8월 경기도 이천시에 200가구 규모로 육군항공작전사령부 관사를 짓는 민간투자 시설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총 사업비는 500억원가량이었다. 대보건설은 2011년 1월에 경쟁률 4대 1을 뚫고 사업권을 따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그룹 고위층이 지시해 민 부사장 등에게 수억원이 전달됐고, 이 돈은 수천만원으로 쪼개져 심의위원 6∼7명에게 전달됐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의 출처는 최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 등 그룹 고위층이 금품 로비를 최종적으로 지시·묵인했을 것이라고 본다. 최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해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지난달에 구속됐다.

특별건설기술심의위는 군 시설공사의 기본·실시설계 심의, 설계·시공평가 등을 총괄 수행한다. 심의위원 평가에 따라 사업권을 누구에게 줄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건설시공·설계·조경 등 해당 분야 전문가 300명으로 구성된다. 관련 행정기관의 4급 이상 공무원과 영관급 이상의 장교, 대학 교수 등이 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방부 장관이 임명하는 심의위원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공무원과 동일한 신분으로 간주된다. ‘군사Ⅱ급 비밀’ 취급인가도 부여된다.

검찰은 구속된 임원 3명을 대상으로 정확한 로비 대상과 규모, 최 회장의 직접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허 교수 외에 다른 심의위원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1981년 설립된 대보건설은 주로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07년부터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군 시설공사 사업을 따냈다. 대보건설이 지난해 12월 준공해 공급한 이천 관사는 부실시공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