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정상회담 逆제안] 핵·경제 병진노선 강행 의지 재확인… 과학 발전 주문

입력 2015-01-02 10:22 수정 2015-01-02 15:55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부분의 분량을 지난해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시켰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인민생활 향상’과 ‘유일영도체제 강화’ 등 경제·정치 분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데 할애됐다.

김 제1비서는 ‘조국해방 70돌과 조선노동당 창건 70돌’이라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수호전과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역에서 승리의 포성을 높이 울려 조국 해방과 당 창건 70돌을 ‘혁명적 대경사’로 빛내야 하겠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내세운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올해도 ‘사회주의 정치사상 강국 건설’을 언급하며 위대성, 김정일 애국주의, 신념, 반체제계급, 도덕 등을 5대 교양으로 제시했다.

김 제1비서는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핵 병진노선’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올해는 특히 과학 분야 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과학기술의 위력’을 언급하면서 “과학연구 부문에서 최첨단 돌파전을 힘 있게 벌여 경제발전과 국방력 강화,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연구 성과들을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는 농업 분야와 관련해 “농산과 축산, 수산을 3대 축으로 하여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식생활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 절약형 농법 도입’ ‘축산기지 정상화’ 등을 독려했다. “당 사업의 주된 힘이 인민생활 향상에 돌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어린이 학용품 생산을 담당하는 경공업이나 전력 문제 해결에 대한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신년사의 ‘경제·사회’ 분야에 대해 “전체적으로 주요 공업 부문은 예년 수준으로 언급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 개막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책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대신 북한이 시장화가 추진되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을 신년사에서 주목할 부분으로 꼽았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체제 내부의 각종 병폐를 적시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분발을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공업 생산 정상화, 공장·기업소의 ‘수입병(輸入病)’ 퇴치 독려는 최근 시장화에 따른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휘부 일꾼들의 ‘패배주의·보신주의·요령주의’, 문학예술 부문의 ‘침체’ 등이 언급된 것도 체제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했다.

때문에 ‘위대성 교양’ ‘김정일 애국주의 교양’ 등 사상 교육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김 제1비서는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여 우리 혁명의 사상진지를 철통같이 다져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 산하 조직인 인민내무군과 관련해 “수령 보위, 제도 보위, 인민 보위의 칼을 날카롭게 벼려야 한다”면서 공안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제1비서는 청천강 계단식발전소, 미래과학자거리 등의 건설 사업을 훌륭히 완공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치적 쌓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인민생활 조건 개선을 위한 건설을 많이 해 자립 경제의 토대를 안겨줘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이 선전한 것을 거론하면서 “굴함 없이 싸워 조국의 영예를 빛냈다”고 치하하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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