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화 위한 대화는 안 돼” 일관된 원칙=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수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언제든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일관된 원칙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이 이어지던 2013년 5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 당장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 공세로 돌아선 이후에도 박 대통령은 단순한 회담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변함없이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김 제1비서와) 만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회담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기조는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하던 지난해 3월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당시 독일 공영방송 ARD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화를 위한 대화, 이벤트성 대화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뷰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열려면 핵 문제 해결이 의제가 돼야 한다.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열려서는 안 된다.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결국 남북 정상 간 만남 자체보다는 남북관계 전반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담보하는 결과물이 도출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청와대 역시 김 제1비서의 신년사가 과거에 비해 한층 전향적인 내용으로, 주목할 부분이 있지만 전제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제1비서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정상회담에 앞선 ‘분위기와 환경’을 전제로 내걸었다. 그런 만큼 청와대 내부에선 이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형적인 대남 유화 공세에 그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제의한 고위급 대화에 북측이 호응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정부가 김 제1비서의 신년사에 대해 ‘우리 측 대화 제의에 먼저 응하라’는 수준으로 입장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김 제1비서의 신년사를 분석한 뒤 이런 수준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정상회담 적기는 집권 3년차=청와대와 정부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는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정부가 모두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던 만큼 박근혜정부에서도 만남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국정의 핵심 과제로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을 다시 한번 꺼낸 만큼 남북 정상회담의 전격 개최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통일대박론’을 천명한 이후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준비에 대한 여러 노력을 경주해 왔던 정부로선 정상회담은 매력적인 카드일 수밖에 없다. 여러 대북 전문가들은 물론 외교안보 부처 내에서도 정부 3년차를 넘어가선 남북관계 대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강하다. 4∼5년차의 정상회담은 그 성과와 합의를 다음 정부에서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박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최적 시기로 인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주재한 핵심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새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좀 더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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