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용의’ 의사를 피력했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으로 김 제1비서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제안한 지 사흘 만에 대화의 ‘격’을 몇 단계 격상시켜 파격적인 역(逆)제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제1비서는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이라고 전제한 뒤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이 통상 장관급 회담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최고위급 회담’이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까지 개최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12월 29일 남북 상호 관심사에 대한 포괄적 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김 제1비서는 “조국통일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전체 조선민족이 들고 나가야 할 투쟁구호”라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앞으로 대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흡수통일 정책’ 중단 등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김 제1비서는 “남조선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은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전쟁 위협을 몰아오는 주된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외세와 함께 벌이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 책동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제1비서는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북남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김 제1비서가 남북 간 대화·교류에 진전된 자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이산가족 문제, 북한이 제기한 최고위급 회담 등 남북 간 모든 관심사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까운 시일 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국 간 대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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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2 03:11 수정 2015-01-02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