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형제들 언 마음 녹인 신년예배

입력 2015-01-02 03:22
양병희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오른쪽)이 1일 오후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참좋은친구들에서 ‘노숙형제와 함께하는 신년예배’를 마친 뒤에 저녁 배식을 하고 있다.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참좋은친구들. 신년 한파 속에 두툼한 옷을 껴입은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 단체가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이용하고 ‘노숙형제와 함께하는 신년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양병희 목사)과 해피나우(이사장 길자연 목사) 등 교계 기관 및 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이날 노숙인 500여명을 위해 저녁 배식과 설거지, 청소 등 급식소의 바쁜 일손을 도왔다. 이들은 내복을 선물하고 치유기도를 해주는 등 연말연시 훈훈한 온기를 노숙인과 함께 나눴다.

배식에 앞서 양 대표회장이 설교를 위해 앞으로 나섰다. 양 대표회장은 ‘하나님은 사랑입니다’(요일 4:9∼10)란 제목의 설교에서 “누구든지 예수를 믿으면 평안과 영생의 길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양 대표회장이 설교 중간에 “예수를 만난 사람마다 위로와 사랑을 얻었다. 울던 사람도 괴로워하던 사람도 예수를 만나 웃음을 회복했다”고 말하자, 노숙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날 노숙인 급식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한 양 대표회장은 “명절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소외 이웃에게 따뜻한 국밥과 떡국, 갈비찜, 내복 등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소외 이웃을 위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펼침으로써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서울 영안교회 남성중창단과 송파은혜교회 중고등부 워십팀이 은혜로운 찬양과 율동으로 참석자들의 영성을 뜨겁게 달구었다. 참석자들은 특히 예배 도중 서울역 노숙인과 25년간 동거동락하다 지난달 14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참좋은친구들 전 대표 김범곤 목사의 회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김 목사의 소식에 가장 안타까워한 이들은 노숙인들이다. 김 목사의 부재로 무료급식소 운영이 어려워질 경우 급식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노숙인 10여명은 현재 661㎡ 규모의 창고형 건물에서 긴급구호와 취사방법을 배우며 자활훈련 중이다. 참좋은친구들을 이용해 온 노숙인 중 7명은 정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노숙형제와 함께하는 신년예배’는 3일 저녁까지 계속된다. 2일에는 총신대 총장 길자연 목사, 3일에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가 각각 설교한다. 예배를 마친 뒤 주최 측이 노숙인에게 양말과 속옷 등도 나눠줄 예정이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