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정상회담’ 등 남북 대화를 제안하며 ‘군사훈련 중지’ ‘체제 대결 중지’ 등의 전제조건을 함께 내걸었다. 실질적인 회담 개최로 이어지기 위해 남북이 접점을 찾아야 하는 난제가 주어진 셈이다.
김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우리 정부에 직접적으로 대화를 제안하지 않고 ‘가정법’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무산된 고위급 접촉과 새해 정상회담의 성사 조건으로 각각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된다면” 등의 자락을 깔았다.
더군다나 전제가 있는 ‘조건부 제안’조차 북한의 기존 대남 정책을 먼저 제시한 이후에야 나왔다. 김 제1비서는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 강화를 제시하기 전에 ‘군사훈련 중단’ ‘사상과 제도를 절대시하는 체제 대결 반대’ ‘제도통일(흡수통일) 추구 중단’ ‘6·15공동선언, 10·4선언 준수’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길게 나열했다.
통일연구원은 신년사의 대화 제안 진정성에 대해 “자신의 기존 입장을 재강조하면서 남한이 이를 수용할 때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대화 재개의 공을 남측으로 떠넘기고, 자신들 입장에서 만족할 수 있는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호응하겠다는 태도가 읽힌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북한이 제시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대화 재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일단 제시된다. 당장 올해 초만 해도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가 예정돼 있다. 연합훈련 중단뿐만 아니라 대북정책 기조를 갑자기 변경하는 것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원칙론’ 차원에서 제기된 것으로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절충이 가능할 것이란 낙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사훈련 반대는 지난해 10월 최룡해 당 비서 등 ‘북한 3인방’ 방한 때만 해도 없던 의제”라며 “훈련 기간 긴장감이 조성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의제”라고 지적했다. 통일정책에 대한 반감 역시 ‘흡수통일’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우리 측이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 등의 조치를 내놓으면 협상 가능한 의제라고 평가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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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2 02:29 수정 2015-01-02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