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곡한 박용만 상의 회장, “최태원 회장 선처를… SK에 기회줘야” 호소

입력 2015-01-02 02:38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장 직무실에서 열린 ‘2015년 신년 인터뷰’에서 ‘최태원 SK 회장 사면’ 및 ‘땅콩 회항 사태’ 등 재계 전반의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충분히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첨단업종에서 세계를 상대로 필사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SK가 아마도 이번에 (최태원 회장이) 나오면 가장 빠른 속도로 바뀔 것 같다.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박용만 회장이 횡령 사건으로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선처를 간곡하게 호소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가석방·사면 얘기가 잇달아 흘러나오고 있지만 주요 경제단체장이 경제인 가석방을 요구한 건 처음이다.

박 회장은 지난 24일 진행된 사전 새해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최 회장의 경우 사법적인 절차와 판단이 다 끝나고 진행 중인 처벌도 상당기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K는 아이디어 업종, 첨단이 많다. 필사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기회를 줘서 국내 5대 기업 중 하나가 아주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시간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회장이) SK그룹의 수장이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유독 기업인이라고 해서 끝까지 안 된다고 하는 건 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그동안 최 회장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었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가 상공인 전체가 오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장표명을 참아왔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2013년 1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절반가량을 복역했다. 지난 연말까지 수감 700일을 채웠다.

땅콩 회항 사건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질적인 성장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들이 그동안 지나치게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이 오는 것”이라며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맞춰서 질적인 성장, 또 규범과 관행의 정립 등을 위해 상당수 큰 기업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규직 과보호 논란에 대해선 “정규직 고용에 대한 지나친 경직성에 대해 조금 완화가 이뤄지면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조금 더 고용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진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없는데 그런 면에서 좀 탄력적인 체제가 갖춰지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는 규제개혁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정부도 굉장히 노력을 하는데 이젠 정치권이 좀 협조를 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구조를 한 번 바꿔야 한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바꿔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혀 있는 것들은 좀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마지막으로 “올해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회복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2015년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가 됐을 때 뭘 해야 할지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