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자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5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 제1비서가 나란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만날 가능성이 있다.
모스크바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서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승전기념식이 본격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 상견례 성격의 만남을 마련하는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북한 정상이 한반도가 아닌 제3국에서 첫 만남을 가진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최소치의 정상회담’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한반도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게 되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제3국에서의 만남은 이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해석이다. 본격적인 대화정국을 주도하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친화력을 쌓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모스크바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승전 70주년 기념식은 기념행사이지 다자간 회담이 이뤄지는 아펙이나 아셈 등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의견을 나누거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단순한 상견례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승전기념식에 참석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북한 지도자가 다자간 국제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적은 거의 없었다. 2005년 러시아가 승전 60주년 기념식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김 제1비서가 국제적인 고립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의 상태라 하더라도 북한이 최대 후원국인 중국보다 먼저 러시아를 방문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중국을 자극해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모스크바 방문이 김 제1비서에게 ‘위험스러운 모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한반도가 아닌 제3국에서 갖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굳이 제3국에서 상견례를 갖거나 약식으로라도 첫 만남을 가질 필요가 있겠느냐”며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에서 먼저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인 수순”이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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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2 02:19 수정 2015-01-02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