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상회담 逆제안] 金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콕 찍어 언급 왜?

입력 2015-01-02 02:06 수정 2015-01-02 10:1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육성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도 기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에서 관련 뉴스가 방영되고 있는 모습. 김지훈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외 경제협력과 관련된 사실상 유일한 대목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과의 연관성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 강한 애착=현대아산이 진행했던 금강산 관광과 별도로 북한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김 제1비서가 털모자를 쓰고 리프트를 타보는 등 직접 시찰하면서 유명세를 탔던 마식령스키장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밖에 금강산, 원산, 울림폭포, 석왕사, 통천 등 총 6개 지구로 구분된다.

북한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는 지난해 6월 11일 원산부터 금강산 일대를 잇는 대규모 경제특구를 설치하는 정령을 발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변모되는 원산 지구와 동해 명승지들에 대한 국제적 관광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구 설치 목적을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20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조선족 기업인 등 세계 각지 한인 경제인 200여명을 초청해 원산∼금강산 지대에 대한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 대외경제성 산하 원산지구개발총회사 오응길 총사장은 우리 측의 참여를 촉구했다. 오 총사장은 “그동안 우리는 금강산 개발에 필요한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남측의 태도 변화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며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여러 나라의 투자가들과 손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남측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며 언제든 문이 열려 있으니 들어오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격에 의해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줄기차게 관광 재개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협의하는 당국 간 회담을 먼저 제의했다. 그러나 7차까지 이어진 실무회담 결과 개성공단 정상화만 합의됐다. 이에 북한은 금강산에 조성된 관광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국제관광지대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 시나리오=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남북회담 진행 상황에 따라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 해소해주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김 제1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면서 우리 정부가 지난 29일 제안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당시 “남북 서로간 관심 있는 사항들을 다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지목한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과정에서 북측이 남측의 투자를 요청하고, 우리가 일정 부분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당연히 금강산 관광 재개까지 합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남북 경협이 정상화되고 나아가 더 큰 규모의 교류·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5·24조치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 시나리오여서 당장 결과를 도출해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아직은 적지 않다.

일단 현대아산 측은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기존의 금강산 관광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새해 벽두부터 북쪽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면서도 “신년마다 나오는 북한 지도자의 우호적 발언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김 제1비서의 신년사는 대남 정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각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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