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상회담 逆제안] 최고지도자의 존재감 이전보다 부각

입력 2015-01-02 03:45 수정 2015-01-02 10:3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1일 신년사는 집권 4년차를 맞아 이전보다 훨씬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내용면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과감한 제안을 던졌을 뿐 아니라 형식면에서도 29분 동안 육성 연설을 진행하는 등 이전보다 최고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김 제1비서는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신문 공동사설로 신년사를 갈음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여서 전면에 나서기 이른 감이 있는 데다 그간 공동사설로 대체해온 김 위원장의 신년사 스타일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신년사 스타일인 육성 연설로 바꿨다. 30대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잡은 김 제1비서가 ‘김일성 주석 따라하기’를 통해 부족한 리더십을 보완하는 시도로 풀이됐었다.

육성 신년사는 올해 3년째 지속되며 매년 새해 첫날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는 형식이 정례화된 것으로 보인다. 1인 권력체계를 공고화하는 데 유용한 점도 김 제1비서가 육성 신년사를 선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내뱉은 말의 무게감이 공동사설 같은 문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에선 김 제1비서의 신년사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당·군·정이 1년 내내 노력을 기울인다.

김 제1비서는 올해 29분간 육성 신년사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26분, 2013년에는 25분이었다. 아울러 올해는 연설 처음부터 끝까지 김 제1비서의 얼굴이 화면에 비쳤다. 지난해의 경우 신년사 초반 몇 분 정도만 김 제1비서의 얼굴이 비친 뒤 이후부터는 자료화면이 방송됐다. 권력기반이 안정화됨에 따라 육성 신년사에도 탄력이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신년사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처음 발표됐다. 김 주석은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1957년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설로 대체한 1966년과 1970년, 시정연설로 대체한 1987년을 제외하고 매해 육성 방송과 함께 노동신문 1면에 신년사를 실었다.

김 주석은 80대가 된 1992∼94년에는 12월 31일 집무실인 금수산의사당(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당중앙위원회·중앙인민위원회·정무원(현 내각) 연합회의를 열어 신년사를 발표하고 1월 1일 방송으로 내보냈다.

김정일 시대가 열린 1995년부터는 당보 노동신문, 군보 조선인민군, 청년보 ‘청년전위’ 3개 신문 공동사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등장했다. ‘은둔의 지도자’라 불린 김 위원장은 2011년 신년사까지 집권 내내 이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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