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북정상회담도 좋지만 상시 대화틀 구축이 먼저

입력 2015-01-02 03:35 수정 2015-01-02 10:46

새해 벽두부터 남북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조선중앙TV의 신년사를 통해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9일 통일준비위원회 이름으로 제안한 남북 당국 간 회담 및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힌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김 제1비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적은 있으나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최고위급 회담을 직접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신년사 배경에는 경제부흥의 필요성과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주요 외화 수입원이었던 금강산 개발 및 관광 재개가 시급한 형편인데다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핵과 인권 문제에서 국제적 압박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예상을 넘은 북한의 전향적인 제안을 감안할 때 경색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이달 둘째 주 이후로 전망되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다 획기적인 대북 제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섣부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북한의 진전된 자세를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어떤 식으로든 남북 대화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감은 경계해야 된다. 남북관계 진전을 약속하고도 단번에 뒤집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지 않은가. 대화를 요청하면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흡수통일 정책 중단 등이 전제조건임을 밝힌 점으로 볼 때 화전양면 차원에서의 유화 공세라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관계 개선 가능성에 기대감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양 정상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공고해진 내부 체제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보이는 김 제1비서로서는 정상회담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집권 중반기이자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도모해 통일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적기다.

화해 분위기가 무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양측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북한은 이미 우리가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적인 대화 요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경직된 대북관에서 벗어나 5·24조치 완화 또는 해제 등 실제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 박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포용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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