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vs 수입’ 백화점 맛의 전쟁

입력 2015-01-02 02:24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 떡방’.
신세계백화점 본점 ‘가렛팝콘’.
김종민(38·직장인)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수시로 백화점을 찾는다. 쇼핑을 위해서가 아니라 맛있는 후식을 즐기기 위해서다. 1일 백화점을 찾았다 휴점이어서 발길을 돌리던 김씨는 “해외 유명 베이커리도 있고, 지방에서 올라온 유명 빵집도 있어서 이것저것 골라먹는 즐거움이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백화점들이 매출 효자 종목이 된 맛집들을 경쟁적으로 입점시키면서 토종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가 맛 대결을 펼치고 있다. 토종 브랜드들은 손맛과 오랜 추억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반면 수입 브랜드들은 화려한 이력과 매장 인테리어로 유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하 1층 식당가에 있는 전주PNB풍년제과는 전북 전주에서 1951년 오픈 한 이후 3대째 이어져오는 토종 베이커리다. 하루 평균 5000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은 수제 초코파이는 전주 출신들에게는 못 잊을 고향의 맛이기도 하다. 풍년제과에 도전장을 낸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파리’는 매장 인테리어가 특히 돋보인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타야마 마사미치가 이끄는 ‘원더월’의 작품이다. 창업자인 피에르 에르메가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종 도뇌르’의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떡과 한과를 팔고 있는 ‘신세계떡방’과 미국의 ‘가렛팝콘’이 맛 겨루기를 하고 있다. 신세계떡방은 궁중음식 이수자 박경미씨와 혼례음식으로 이름을 떨친 안정현씨가 참여한 떡집으로 지난해 8월 선보였다. 곡물 아이스크림에 고소한 쌀강정을 묻혀낸 ‘도깨비 아이스크림’ 등 캐주얼한 한식 디저트 메뉴는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같은 시기에 오픈한 가렛팝콘은 가족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패밀리 레시피를 바탕으로 특유의 달콤한 향과 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수제 팝콘. 유명 방송 토크쇼 진행자 윈프라 오프리가 선정하는 ‘오프라가 좋아하는 것들(Oprah’sFavoriteThings)’에 2002·2005년 선정됐다는 것이 자랑거리다.

서울 잠실 롯데타운에서도 토종과 수입 브랜드가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잠실점 1층에 문을 연 ‘이성당’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토종 베이커리다. 단팥빵과 야채빵이 인기 메뉴인 이성당의 월평균 매출은 5억∼6억원. 이성당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것은 헝가리 카페 ‘제르보’.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2층에 지난해 10월 둥지를 튼 제르보는 150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오픈한 뒤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시크니처 케이크가 유명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