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됐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결국 이스라엘을 전쟁 범죄로 제소하기 위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은 ICC의 설치 근거가 되는 로마조약에 서명했다. 로마조약에 서명하면 자국에서 일어난 전쟁범죄 등에 대해 ICC에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팔레스타인이 이처럼 ICC 가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종식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부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12개월 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타결하고 2017년 말까지 이스라엘의 점령을 종료할 것을 명시하는 이 결의안은 찬성 8, 반대 2, 기권 5표로 부결됐다. 안보리에서 의안이 채택되려면 최소 9표를 얻어야 한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예전부터 이 안보리 결의안이 부결되면 대안으로 ICC에 가입해 이스라엘을 전쟁범죄로 제소하겠다고 압박해 왔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ICC에 접근하면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ICC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기소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압바스 정권은 전쟁범죄를 일삼는 하마스와 한통속”이라며 오히려 그들이 ICC에 제소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우방국인 미국도 ICC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ICC에 가입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ICC 가입이 팔레스타인의 자주독립국가 건설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국의 평화협상도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다. 이미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주재로 여러 차례 양국 간 평화협상이 이뤄졌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고 지난해 여름 가자지구 분쟁으로 2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팔레스타인 ICC 제소권 획득
입력 2015-01-02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