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가짜 돈벼락에… 中 새해맞이 행사장 36명 압사

입력 2015-01-02 03:03
중국 상하이 와이탄 천이광장에서 31일 자정 무렵 열린 신년맞이 행사에서 누군가가 인근 건물에서 100달러짜리 돈 모양의 상품권(왼쪽 아래)을 뿌리는 바람에 이를 줍기 위해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36명이 압사당하고 47명이 부상했다. 사고 직후 사상자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한 수습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흐트러진 초점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짐작케 해준다. 신화연합뉴스

희망찬 2015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는 사건, 사고가 이어지며 험난한 한해를 예고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신년맞이 행사장에서 8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31일 밤 11시35분쯤 상하이시 황푸구 유명 관광지인 와이탄의 천이광장에서는 수만명이 모여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36명이 압사당하고 최소 47명이 부상했다.

동방망은 1일 목격자를 인용해 “인근 18층 건물에서 100달러짜리 미국 돈 모양의 상품권이 뿌려지자 사람들이 몰리면서 뒤엉켰다”고 전했다. 상하이시 당국은 지난해 새해맞이 행사에 30만명이나 몰려 안전이 우려되자 올해 행사를 축소시켰지만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중국은 춘제(음력 1월 1일)에 비해 양력 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새해맞이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번 사상자는 모두 16∼36세였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사망자 가운데 25명은 여성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를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일본 오사카에서는 새해 0시를 맞아 시 중심부를 흐르는 하천 다리 위에서 60여명이 뛰어내렸지만 여행 중이던 한국인 A군(19)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A군은 고3 학생으로 지난해 성탄절 직전에 지인과 일본으로 여행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민들은 화려한 불꽃놀이 속 민주화 시위로 새해를 출발했다. 홍콩 시민과 관광객 등 37만명이 빅토리아 하버 양쪽 거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새해맞이 불꽃놀이와 레이저쇼가 진행됐다.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등에서는 79일간 진행된 도심 점거 시위의 상징물인 노란 우산과 영국령 홍콩깃발 등을 든 시민 수백명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실종된 에어아시아나기가 출발했던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는 31일 밤 지역주민과 실종자 가족 수백명이 모여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촛불기도회를 열었다고 BBC는 전했다. 기도회에 참석한 트리 리스마하리니 수라바야시장은 “슬픔에 빠진 탑승객 가족을 위해, 수라바야에서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에볼라 공포에 떨고 있는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는 정부의 일시적인 통금 해제 조치에 따라 시민들이 송구영신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다. 라이베리아는 지난 9월 이후 야간 통금 조치를 취했다. 아이작 잭슨 공보차관은 “오늘(31일) 하루 동안 통금을 해제해 교회와 기타 종교 단체들이 전통대로 철야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 폭우로 인해 최소 21명이 숨진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재민 25만명이 구호물품을 애타게 기다리며 새해를 맞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강풍과 폭설로 최소 3명이 폭풍우에 휩쓸려 숨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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