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서 41개나 발견된 空洞 다른 도시는 괜찮나

입력 2015-01-02 02:50
지난해 잠실 석촌지하차도에서 촉발된 ‘공동(空洞·텅 빈 굴) 공포’가 올해는 서울 도심으로 옮겨질 태세다. 서울시는 일본의 노면하부 탐사 용역 업체인 ‘지오서치’에 의뢰,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주요 도심지 4곳(총연장 61.3㎞)을 조사한 결과 무려 41개의 공동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 곳곳에 이렇게 많은 공동이 있다니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지하 탐사 기술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인 일본의 한 업체에 용역을 줘 이뤄졌다. 공동 탐지 작업엔 한국에는 없는 최첨단 차량용 지표면 투과 레이더(GPR) 장비가 동원됐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교대역 일대 32㎞ 구간에서 18개, 종로3가역 일대 14.2㎞ 구간에서 18개, 여의도역 일대 10.1㎞ 구간에서 5개의 공동이 발견됐다. 더욱 문제는 위험도 높은 A등급(상부지지층 두께가 0.3m 이내) 공동이 모두 18개나 된다는 점이다. 강북의 경우 9개가 돈화문로에 집중됐고 강남은 교대·서초·강남역 일대에서 발견됐다. 주로 오래된 지하철 노선이 통과하는 근처에 공동이 집중된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석촌지하차도에서도 확인됐지만 지하철 공사로 인한 장기 침하가 수많은 공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일본 업체는 공동 크기 대신 A·B·C로 나눈 위험 등급만 서울시에 통보했다. 크기 분석은 업체의 핵심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공동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시경 검사 장비 등이 우리에게는 없어 이번에 발견된 공동의 정확한 크기는 알 수 없다. 모두 굴착을 해 봐야 그 규모와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도심에서 갑자기 땅이 꺼진다면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땅속 구멍은 서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전국 53곳에서 싱크홀(지반이 내려앉아 형성된 구멍)이 발생했다. 전국 땅속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것이여서 걱정스럽다. 언제 어디에서 도로나 빌딩 등이 무너져 엄청난 재앙이 닥칠지 모를 일이다. 정부 당국과 지자체들은 땅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첨단 탐사 장비부터 도입해 정확한 실태를 진단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도 언급했듯 지하통합지도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체계적인 땅속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