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뭉칫돈을 맡기려는 예금 고객들을 꺼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일부는 수백억원 단위의 법인 예금을 유치하는 직원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 가중치를 큰 폭으로 낮췄다. 거액 예금 유치가 예전엔 행원들의 영업력을 판단하는 잣대였지만 요즘 은행들은 거액 예금이 반갑지 않다.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 유치로는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싼 이자로 예금을 받아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면서 남는 차액(예대차 마진)을 통해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들은 예대차 마진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대출 금리 차이가 줄어들고 경기 부진 탓에 은행들이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법인 예금 100억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개인 예금 1억원을 유치하는 게 KPI 가중치가 더 높아졌다. 개인 고객을 유치하면 파생상품을 권유하거나 대출을 알선하는 등 영업의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거액의 법인 예금을 맡기는 기업들은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 등 특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실속이 없다.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예금보험료 등 예금액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중개비용에 세금과 충당금 적립까지 더하면 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수신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예금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며 “우량 고객에게 금리를 더 주던 관행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은행들은 정기예금보다 간접투자상품을 권유하고 있다. 예대 마진보다 수수료 수입이 더 짭짤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 규모는 67조원에 이른다. 종목 수도 2013년 1만7000여종에서 지난해 2만1000여종으로 늘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정기예금보다 원금이 보장되고 비교적 위험은 크지 않은 주가지수연동형 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비즈카페] 시중은행들 “뭉칫돈 싫어”
입력 2015-01-02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