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운항 관련 사망률 미국의 25배… 항공 위험국 지탄 받는 印尼

입력 2015-01-02 02:12

에어아시아 소속 QZ8501편 여객기 추락 이후 인도네시아 항공기의 안전상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제성장 및 해외 관광객 증가로 항공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만성적 조종사 부족과 열악한 지형 조건 등으로 항공안전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지적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항공 수요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만70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기존에는 여객선이 주된 운송수단이었다. 하지만 소득이 많아지고 특히 저가 항공사들이 많아지면서 비행기 여행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억5000만명의 인구대국이기도 해 최근에는 여객 공급이 폭증하는 수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600대의 상업용 여객기를 주문해놓고 있을 정도로 항공산업이 급팽창 중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항공안전에 있어선 대표적인 후진국으로 꼽힌다. 미 연방항공국(FAA)이 지정한 9개의 항공안전 우려국에 포함돼 있을 정도다. 심지어 주변의 후진국인 라오스나 미얀마에 비해서도 안전이 더 취약하다. 지난 5월 유엔 관계자들이 인도네시아의 항공안전 문제에 대해 감사를 벌였을 때 모든 항목에서 평균 이하 점수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지난 10년간 여객운항 관련 사망률은 승객 100만명당 1명꼴이다. 이는 미국의 25배 수준일 정도로 매우 높은 수치다.

이런 결과는 전반적으로 항공사들이 항공안전 교육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또 산이 많은 지형인데도 운항시간 단축 등으로 낮게 나는 비행기들이 많아 사고발생률도 높다. 무엇보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숙련된 조종사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NYT는 “미군 등 각국의 군이 글로벌 민간항공사에 조종사 공급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에는 무인항공기(드론)가 급증해 이마저도 공급이 줄고 있다”며 “1등급 조종사들은 선진국이 다 확보해가기 때문에 아시아 항공사들이 좋은 조종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국도 인력 부족 등으로 운항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 항공 보험사들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평균보다 배에 달하는 비싼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현재 62대의 인도네시아 여객기에 대해 운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FAA도 2007년 인도네시아의 항공안전 등급을 강등했다.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은 인도네시아의 항공안전 수준이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것으로 보고 운항금지 조치를 축소하는 정책을 펴왔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결국 스스로는 안전문제를 개선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새삼 되새겨줬다고 NYT는 꼬집었다.

사정이 이러하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교통 당국에 항공안전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