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익명의 독지가들이 엄동한파를 녹인다

입력 2015-01-02 02:50
한 해의 끝자락에 익명 독지가들의 고액 기부가 줄을 이었다. 경북지역에 사는 여성 2명은 31일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경북 27·28호로 가입했다. 경주와 청도에 사는 두 여성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남편들을 따라 봉사활동을 하다가 서로 알게 됐다고 한다. 남편들 역시 지난 2012년 5월과 2013년 10월 각각 익명으로 경북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니 부창부수인 셈이다. 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두 부부의 성명이나 직업을 물어보면 한사코 알려주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숱한 어두운 뉴스 속에서 한 가닥 밝은 빛을 보는 느낌이다.

서울에서도 31일 40대 중반의 직장인 남성이 1억원 기부를 약정하고 서울지역 아너 소사이어티 79호(전국 기준 694호)가 됐다. 스스로 서민이라고 한 이 남성은 “욕심을 비워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욕심을 비우고자 기부를 결심했다”고 공동모금회에 전했다. 또한 같은 날 60대 여성이 서울 공동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해 3000만원을 기부했고, 김해시에는 허름한 평상복 차림의 노부부가 찾아와 3000만원을 기탁했다고 한다.

올해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탓에 대기업 등 큰 손의 기부가 저조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고액, 소액 기부자들의 따뜻한 손길이 더 많아진 것은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구세군 자선냄비본부도 지난 30일 현재 모금액이 올해 목표인 65억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현재 60도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때보다 7도쯤 낮다. 온도탑은 2000년 설치 이후 14년째 매년 1월 말 목표치 100도를 달성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목표에 미달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한다. 기부는 경제적인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재력가들이 기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