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동 패션거리를 밝히던 부산 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는 4일 끝난다. 부산시와 중구청 등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이 축제는 부산의 대표적 행사가 됐다.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거리가 즐비한 이 축제는 기독교문화가 스며 있는 품격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 축제는 부산 교계와 신자들에 의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광복로문화포럼 고문이자 반디기독초등학교 이사장, 이재모피자 대표인 김익태(57·드림호산나교회) 장로가 개척자다.
그는 2000년 구청으로부터 광복로시범가로조성사업 주민대표를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1992년 이재모피자 개업 당시부터 주일성수를 하며 성실히 일했던 그를 눈여겨본 것이다. 주민대표를 맡은 그는 보도블록과 간판 정비에 나섰다. 조도가 제각각이었던 조명도 주위와 조화를 이루도록 낮췄다.
2008년에는 광복로문화포럼(상가번영회) 회장도 맡았다. 마침 부산기독교총연합회와 성시화운동본부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축제 개최 장소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축제를 부산의 명물로 만들어보자고 설득했고 교회도 모금활동을 펼쳤다. 당시 광복동과 남포동은 쇠퇴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돌파구가 필요했다. 트리 축제 이야기를 듣자 자체 부담금을 마련했고 트리까지 직접 조립했다. 김 장로는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반대했던 상인들도 나중엔 달라졌다”며 “진정한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로가 속한 드림호산나교회(김재청 목사)는 올해부터 ‘구도자(seeker)를 위한 모임’을 시작한다. 공동화되고 있는 대청동에 교회를 개척, 3년 만에 15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한 드림호산나교회는 매주 오후 이재모피자에 거리의 젊은이들을 초청, 격려하고 복음을 전할 예정이다.
김재청 담임목사는 “모임은 ‘드림호산나피자교회(가칭)’로 정하고 부산대 대학생선교회(CCC)와 협력해 사역하게 됐다”며 “믿음의 사업장을 활용해 영혼 살리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젊은이들에게 기독교가 고리타분한 종교가 아니라 사랑과 용서, 소망이 넘치는 공동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드림호산나교회는 호산나교회(홍민기 목사)에서 분립 개척된 교회다. 호산나교회는 원래 이름이 새중앙교회였다가 2000년 개칭했다. 새중앙교회는 45년 12월 2일 설립된 부산중앙교회에서 탄생한 교회이기도 하다. 결국 드림호산나교회는 모교회 설립 70주년을 맞으면서 교회가 태동한 바로 그 지역에서 부산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구에 있는 교회들은 20여개. 최근엔 카페 등에서 교회 개척 모임을 갖고 있는 신자도 여럿 생겨나 분위기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보수동 언덕에 자리 잡은 동광성결교회는 45년 12월 25일 설립됐다. 국제시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교회에는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몰렸다. 지난 30일 교회에서 만난 이창훈(43) 담임목사는 “교회는 60년대 초반부터 ‘무진장교회’라는 별명이 있었다”며 “어려운 교회 목회자나 선교사, 가난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레 불렸다”고 말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당시 교회 성도 상당수는 국제시장 상인이었다. 특히 교회 여권사 3명은 ‘큰손 트리오’로 불릴 정도로 무진장교회라는 별칭을 얻는데 적잖은 기여를 했다. 트리오는 지금은 최경자(91) 권사 외엔 모두 별세했다고 한다. 교인 중엔 뉴욕제과를 설립한 박한기 장로가 있었다. 박 장로는 성결교회 첫 순교자인 고 박봉진 목사의 아들로 6·25전쟁 이전 부산에 뉴욕제과를 차렸고 74년 서울 강남으로 제과점을 이전했다. 동광성결교회에는 정의화(집사) 현 국회의장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는 올해에 교회 내 카페를 설치해 수익금 전액을 이웃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안에 자리 잡은 중부교회(김광호 목사)는 독재정권 시절 부산 민주화운동의 모판이 됐다. 57년 설립된 이 교회는 76년 부임한 최성묵 목사를 중심으로 수배를 받고 쫓기던 재야인사와 학생들의 피난처가 됐다. 교회는 79년 부마항쟁의 바탕이 된 부산양서협동조합운동을 이끌었다. 87년에는 5·18민주항쟁의 진실을 부산시민에게 알리는 등 지금까지도 민주화운동의 성지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이야기] 기독교 문화, 부산 축제가 되다
입력 2015-01-03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