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 동쪽에 세자가 거처하던 동궁이 있다. 미래에 보위에 오를 세자는 봄에 비유되어 춘궁이라고도 했다. 세자는 만백성을 다스릴 국왕이 되기 위해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영의정이 세자 사(師)를 맡고 당대 최고의 학자를 시강원 관원으로 모셔 가르치게 했다. 세자 교육의 핵심은 8세에 시작한 조기교육과 매달 두 번 시험 보는 엄정평가였다.
세종은 세자를 책봉한 후 “사람이 나이 8세가 되면 입학하는 것이 옛 제도였다”면서 입학례를 거행하였다. 교육열이 높았던 영조는 사도세자를 3세부터, 정조는 4세부터 가르쳤다. 세자는 성대하게 수행원을 거느리고 성균관에 가서 스승을 맞이하는 예식을 치렀다. 그런 뒤 소학을 배우는 절차가 입학식인 셈이었다. 그 과정은 중요한 국가행사로서 그림을 그려 기념하였다.
순조 17년(1817)에 그린 효명세자의 입학도는 당시 모습을 잘 전해준다. 세자는 성균관 유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물을 바치며 사제관계를 맺고, 다음날 궁궐에서 신하에게 축하를 받는다. 6폭 입학도 중 흥미로운 그림은 세자가 성균관으로 가는 장면을 그린 출궁도이다. 깃발을 앞세우고 궁을 나서는 광경이 위풍당당하다. 이런 입학도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고궁박물관 규장각 경남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소장하고 있다. 고궁박물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경남대 소장본을 ‘고국으로 돌아온 데라우치문고’ 특별전에서 전시한다. 2월 22일까지 볼 수 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미래권력 왕세자의 입학식 그림
입력 2015-01-0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