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식과 도덕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일본 문명만큼 영향을 준 것도 없다.”
20세기 유럽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일생 동안 인류학과 철학을 두루 연구하며 동양과 서양의 대칭적 구조를 짚어냈다. 다섯 번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본과 관련된 연구도 다수 진행했다. 최근 그 내용이 책으로 엮어 나왔다. 일본과의 인연은 그의 아버지가 소장했던 일본 판화에서 시작됐다. 책에는 강연록과 인터뷰, 잡문 등 아홉 편이 담겼다. 일본이 유럽과 태평양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해냈다고 주장하는데 그 근거로 동·서양의 신화적 유사성을 댄다. 일본의 인류학자 가와다 준조(80)와의 대담문(1993)에선 유럽인의 시각에서 해석된 일본의 자연과 미술, 지형, 국민성 등이 편안한 어투로 소개된다. 일본의 특성 중 타문화 동화 능력을 언급하며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영향을 받기 전 한국과 중국의 영향이 컸다고 언급한다. 책 제목인 ‘달의 이면’은 일본 등 비주류 역사 전반을 의미한다. 그는 책에 소개된 동명의 강연록(1979)을 통해 “보이는 달의 표면 즉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의 구유럽 세계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달의 이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류재화 옮김.
김미나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유럽 지성이 통찰한 일본 문명
입력 2015-01-02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