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거짓말하고 게으름 피우는 건 나쁜 아이라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를 판타지로 풀어가는 세계적인 어린이 명작이다. 아이용 책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다면 어떤 기분이 될까. 사실 위로가 된다. 피노키오 같은 말썽쟁이 아들을 둔 제페토 할아버지의 심정에 맞장구를 치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대목들이다.
“제가 배를 먹기를 바라신다면, 껍질을 깎아주세요.” “아들아, 네가 이렇게 입맛이 까다롭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 그건 좋지 않아!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잘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해.” 그럼에도 계속 조르는 피노키오에게 제페토가 꾹 참으며 껍질을 깎아주는 대목은 자식 이길 수 없는 부모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슬며시 웃게 된다. 축약본이 아니라 원문을 그대로 번역해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인 호주의 로버트 잉펜이 특유의 따뜻하고 사색적인 삽화를 입혀 새롭게 다가온다. 잉펜은 36개의 각 장이 시작하는 페이지마다 ‘모험’이라는 주제가 돋보이는 대형 삽화를 그려 넣어 몰입도를 높였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장난과 말썽만 피우는 피노키오의 모험 이야기는 작가가 1881년 어린이 신문에 연재할 때만 해도 피노키오가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죽는 결말로 끝났다. 어린이 독자들의 항의가 거셌고 결국 연재를 계속해 나무 인형이 뼈와 살을 가진 진짜 소년이 되는 결말로 바뀌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긴 코가 거짓말 하는 사람을 비유하게 된 것은 물론, ‘피부가 찢어지도록 웃는다’(커다란 뱀이 웅덩이에 빠진 피노키오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다 죽은 장면에서 나온 말)는 등 많은 관용 표현도 생겨났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예쁜 책-피노키오] 다시 보니 따뜻한 父情 이야기
입력 2015-01-02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