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철거 시 방제 소홀로… 日 방사능 수치 6700배 치솟아

입력 2015-01-01 02:40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잔해를 철거하면서 기준 농도 이하의 비산방지제를 사용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분진이 인근 지역에 퍼져 방사능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산방지제는 표면에 분사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굳는 알칼리성 액체다. 공사현장에서 피어오르는 석면 등 유해먼지를 막는 데 쓰인다. 일반적으로 원액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10배 이내로 희석한 뒤 매일 분사하도록 권장한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2012년 8월부터 1년 동안 원자로 3호기를 철거하면서 100배 정도로 희석한 약제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분사 빈도도 수일이나 수 주일에 1회뿐이었다. 방지제 제조사 측은 “100배 희석액은 사실상 물이나 다름없다”며 “한 번 뿌린 뒤 수일 이상 방치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어 먼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방사성 분진이 발생해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6700배까지 급등하면서 작업자 12명이 오염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방사성 분진이 50㎞ 떨어진 주택가까지 확산돼 세슘 농도가 6배까지 치솟았는데 당시에도 3호기에 방지제가 살포된 건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도쿄전력은 앞서 원자로 4호기를 철거할 때는 방지제 원액 또는 10배 희석액을 작업 직전 분사했지만 이후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도쿄전력 측은 “강한 알칼리성을 띤 방지제가 원자로 수조에 섞일 경우 기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다”며 “당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했지만 결과적으로 미흡했다”고 해명했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10배 희석액을 철거 현장에 뿌리도록 규정을 고쳤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