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시신’ 범인 “성폭행 반항해 살해”

입력 2015-01-01 02:26
‘여행가방 속 시신’ 할머니 살해 피의자 정형근씨가 31일 오전 인천 남동구 주택가에서 진행된 현장검증 도중 시신이 담긴 여행가방을 하수관 뚜껑 위에 버리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 남동경찰서는 31일 피의자 정형근(55)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주거지에서 전모(71·여)씨와 술을 마시다 성폭행하려는 과정에서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프로파일러 등이 투입된 2차 신문에서 “전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전씨가 강하게 반항하며 가슴을 물고 뺨을 때려 순간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1차 조사에서는 술에 취해 다투다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라고 진술했었다.

정씨는 전씨가 거세게 반항하자 집안에 있는 머그컵으로 전씨의 이마와 얼굴 등을 여러 차례 내리쳐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이어 전씨를 화장실로 끌고 가 여행용 가방에 담으려는 순간 살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방에 있던 흉기로 전씨의 복부와 목 등을 수차례 찔렀다고 털어놨다.

앞서 경찰은 오전 11시30분쯤 정씨의 거주지인 인천 남동구 간석동 모 빌라와 주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정씨는 지난 29일 서울에서 검거될 당시 입고 있던 복장 그대로 노란 지퍼가 달린 검정 점퍼와 감색 카고 바지를 입고 태연하게 범행 순간을 재연했다.

경찰은 숨진 전씨의 상의에 묻어 있던 머그컵 조각이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씨는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범행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에 대한 보강수사를 거쳐 다음주 초쯤 피의자를 인천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