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하게 대비되는 두 법조 수장 신년사] 박한철 헌재소장 vs 양승태 대법원장

입력 2015-01-01 02:07

법조계 수장(首長)들은 지난 한 해와 다가올 1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기대하고 있을까. 모든 신년사가 그렇듯 2015년 신년사에도 그들이 ‘지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다. 메시지의 핵심은 각 조직이 처한 상황과 입장에 따라 미묘한 대비를 이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있었던 지난 1년을 돌아봤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국회통과를 앞둔 다가올 1년을 내다봤다.

박 소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건전한 진보적 가치의 회복’을 강조했다. 지난 1년 내내 헌법재판관 9명을 고민하게 만든 통진당 해산심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박 소장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건전한 진보적 가치가 되살아나길 희망한다”면서도 ‘대한민국이 지켜내야 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토대 위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12월 19일 헌재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사상 초유의 해산 결정을 내렸다.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던 통진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한 헌재의 수장이 ‘건전한 진보’를 새해 첫 메시지로 던진 것이다.

반면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다가올 1년 동안 새롭게 바뀔 사법제도 변화에 강조점을 뒀다. 양 대법원장은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에 의한 정의로운 재판으로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 사법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재판의 모습”이라며 “사법부는 이런 재판으로 국민 여러분께 더욱 만족을 드리는 사법제도를 구현하고자 모든 지혜를 모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고법원 설치안 통과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일반 상고심(3심) 사건을 심리할 상고법원 설치는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 강화를 꾀하는 사법부의 최대 역점사업이다. 법원은 그와 동시에 재판 당사자들이 3심까지 오지 않고도 만족할 수 있는 1·2심 재판 충실화 방안도 함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신년사는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함께 ‘공안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박 소장의 신년사와 맥을 같이했다. 황 장관은 “위헌정당 해산을 통해 헌법 가치 부정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통진당 해산을 ‘성과’로 평가했다. 황 장관은 정부 대표로 통진당 해산심판 첫 기일과 최종 변론 때 직접 변론에 나서서 통진당의 위헌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황 장관은 “민주적 기본질서가 지켜지지 않으면 안전과 자유, 행복은 기대할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침해하는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세월호 참사’ 등에서 드러난 안전불감증 문제와 고질적인 부정부패 비리를 지적했다. 특히 ‘땅콩 회항’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사회지도층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태를 언급했다. 김 총장은 “사회적 지위나 재산 등 가진 것을 남용해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하며, 방위사업 비리 같은 안보 분야 문제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