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진화 나섰지만… 與 계파갈등 뇌관 ‘재깍재깍’

입력 2015-01-01 02:27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던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친박(친박근혜)과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한 비박(비박근혜) 간 교전이 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측 모두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무성 대표는 31일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제외한 채 대선 승리 2주년을 기념해 지난 19일 친박 중진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데 대해 덕담으로 응수했다.

그는 31일 서울 영등포의 한 영화관에서 ‘국제시장 관람 종무식’을 갖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그렇게라도 만나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박 대통령이 다 좋은데, 소통이 부족하다고 다들 지적했지 않았느냐”면서 “앞으로 더 많은 의원과 그런 형식의 소통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친박 의원들이 자신을 겨냥해 ‘사당화(私黨化)’ ‘인사전횡’ 등 거친 비난을 쏟아낸 것과 관련해서도 “민주주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 넘겼다. 또 “그런 말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오해에서 생긴 이야기는 잘 이해시켜주는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것”이라며 “많은 의견이 분출되고 그 의견을 수렴해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정치이고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김 대표의 유화적인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전운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건이라는 뇌관은 여전히 폭발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가 친박이 반대하는 박 이사장 카드를 접으면 계파 갈등은 한시적으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임명을 강행하면 전면전이 예상된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친박들의 집단행동에 임명을 철회했다는 지적이 부담스럽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김 대표의 당 운영을 지켜볼 것이며 추가적인 액션을 준비한 것은 없다”면서 “하지만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계속 운영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대표 측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내마저 감추지는 못했다. 한 측근 인사는 “당을 위해서라면 적군이라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일부 인사들이 박 이사장 임명 건으로 발목을 잡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개헌 논란 때처럼 입장을 표명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당내 논란에 청와대가 개입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친박 편을 들며 여당 운영의 정상화를 요구할 경우 계파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에 쓴소리를 가하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5년에는 청와대가 환골탈태해서 ‘속 좁은 정치’를 그만했으면 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 “당 지도부는 청와대 눈치를 그만 보고, 국회의원들은 당 지도부 눈치를 그만 봤으면 좋겠다”면서 “당의 사유화가 문제가 아니라 전당(全黨)의 눈치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다가 새누리당이 아니라 ‘새눈치당’이 되겠다”고 꼬집었다.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박 대통령이 친박 핵심들만 불러서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것은 자칫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