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에서 주목해야 할 숫자는 ‘0·1·3’이다. 낮은 물가상승률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사상 최저 수준의 초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줄 모른다. 미국 경기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만 여전히 유로존과 중국이 시원치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장밋빛보다는 잿빛에 가깝다.
◇0%대 물가상승률 디플레이션 전조?=통계청은 31일 12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0.8% 상승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연간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1.3% 오르는 데 그쳐 199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경제주체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를 줄인다. 그 결과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얼어붙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동 산유국이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국제 유가는 올해에도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생산자물가를 끌어내려 결국 소비자물가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올해도 저물가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정부는 2% 물가상승률을 자신하고 있다. 내수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살아나는 데다 담배가격 인상이 겹치면서 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물가는 잘해야 1%대라고 보고 있다.
◇1%대 기준금리?=한국은행은 올해에도 완화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경기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정부에 보조를 맞추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사상 최저 수준인 2%를 유지하고 있다. 한 차례 더 내리면 사상 최초로 1%대 기준금리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정부는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은의 고민은 깊다. 금리를 낮춰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한계 계층을 중심으로 향후 금리가 오르면서 파산하는 가계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올해 상반기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나라는 초저금리를 유지하게 될 경우 외국 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외환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통화 당국은 선진국과의 금리차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통화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부가 구조개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3%대 경제성장은 무난?=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내놓을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추경에 가까운 수준의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미 6차례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8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각종 지표들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다. 시장에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긍정적인 신호를 발견하려 애쓰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1월 광공업 생산이 반등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들이 있다”면서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너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반면 주요 해외 경제예측기관들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5%에 그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2015 한국경제] 물가상승률 ‘0’ 기준금리 ‘1’ 경제성장률 ‘3’
입력 2015-01-01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