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꼭 들어맞는 한해였다. 금융권은 저성장·저금리 등 외부 요인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가운데 카드 개인정보 유출, 도쿄지점 불법대출, KB사태와 같은 내홍 등으로 힘든 2014년을 보냈다. 올해도 외환·하나은행 합병, 우리은행 민영화 같은 굵직한 이슈가 남아 있어 격변이 예상된다. 게다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은행들은 각자 생존전략 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2015년 금융권 최대 이슈는 하나·외환은행 통합이다. 두 은행을 합치면 자산규모가 전체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과연 합병으로 얼마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경쟁 은행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은 통합해 ‘하나카드’가 됐고, 해외지점(인도네시아·중국)도 합쳐졌다. 남은 건 국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인데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초 2월 1일을 합병 예정기일로 공시했으나 최근 한 달 미뤘다. 반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업 여신 규모를 줄여야 하고, 두 은행과 모두 거래하고 있어 동일인대출 한도 등을 이유로 고객이 이탈하는 등 합병으로 영업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우리은행의 올해 목표는 역시 ‘민영화’다. 이광구 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은행 가치를 높여 민영화를 임기 내에 꼭 달성하겠다”고 역설했다. 공적자금 조기 축소를 통해 정부가 경영권을 매각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이 행장은 자산을 15조원으로 늘리고, 매년 수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리테일(소매) 시장을 강화하고 고객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실제 인도네시아 소다라(Saudara) 은행과의 법인 합병 승인을 받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주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한 상황이라 우리은행만으로 얼마나 수익을 올리고, 계열사 간 시너지로 무장한 다른 금융지주에 맞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힘든 2014년을 보낸 KB금융의 ‘부활’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취임식에서 “재건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주전산기 교체에서 시작된 KB사태로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물러나는 등 내홍을 겪었지만 리테일에 강점을 갖고 있어 다른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워낙 리테일 등에서 저력이 있는 은행인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윤 회장이 어떤 경영을 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취임 후 대폭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10개 계열사 가운데 7곳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것을 포함해 54명에 달하는 임원을 물갈이했다. 그간 “영업지원을 위한 본부 조직을 만들겠다”는 경영방침을 밝혀온 만큼 은행 본부임원 16명 중 11명을 지역본부장 또는 지점장 출신으로 채웠다. 더불어 LIG손해보험을 힘겹게 품에 안은 만큼 계획대로 은행과 카드 영업망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투자상품 경쟁력을 장착한 NH농협지주는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고 있다. 투자부문 인력을 확충하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신설했고, 세계 10위 자산운용사 ‘아문디’와 제휴도 맺었다. 임종룡 회장은 “수익성 제고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9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6월 임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모든 전략이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연임 여부에 달렸다.
지난해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고 안정적 수익을 내며 강한 면모를 보인 신한금융그룹은 현재의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있었던 인사에서도 쇄신보다는 안정을 택한 면모가 나타났다. 일단 한동우 회장이 올해 연임에 성공해 CEO 리스크가 없고, 3월 임기가 끝나는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3연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다른 은행들이 전속력으로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이 현재와 같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2015 한국경제] 하나·외환은행 통합 최대 이슈
입력 2015-01-01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