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수영 (13·끝) 가슴으로는 하나님 음성을, 몸으론 영적 수술을

입력 2015-01-02 02:25
지난해 11월 말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심장이 뛴다’(두란노) 출간 자축회를 열고 딸 진아씨, 부인 이명숙씨(오른쪽)와 함께 기뻐하는 정수영 박사.

미국 플로리다에도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오늘도 나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성경에 나타난 수많은 인물들이 태어날 때부터 훌륭해서 하나님이 사용하셨다면 우리는 소망이 없을지도 모른다. 성경은 결점 투성이의 인물들을 통해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이루신 기록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제까지 넘어지고 나태하고 불성실하고 깊이를 모를 죄성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하나님은 사랑과 인내와 능력으로 나의 삶을 인도해주셨다.

구원의 축복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다. 그분이 우리 삶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면 우리는 ‘가짜’다. 우리 삶에 매일 세례식이 일어나야 한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죄성을 매일 십자가 앞에 못 박고 부활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행위 외에 주님이 내 삶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것을 증거할 또 다른 무엇이 있을까? 하나님은 그 어떤 일에 나를 부르시기 전 말씀을 통해 나의 깊은 죄성을 보게 하시고, 회개를 통해 치유하시고 회복하셨다. 하나님은 죄가 죄인 줄 모르고 사는 나에게 찾아오셔서 영적 눈을 뜨게 하시고, 죄를 회개함으로 하늘의 평안을 주시고, 그리고 청년과 대학생을 위한 사역으로 인도하셨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하시매.”(요 5:17)

내 삶은 이 말씀에 대한 증거다. 어느 날, 같은 병명을 가진 환자 두 명을 같은 날 수술하게 됐다. 한 환자는 상태가 양호해서 수술 후 경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했고, 다른 환자는 심장 기능이 너무 나빠서 과연 잘될까 걱정하며 수술했다. 그런데 예상과 반대였다. 심장 기능이 나빠서 걱정한 환자는 무사히 회복되었는데 경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한 환자는 정말 안타깝게도 사흘 만에 운명하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수많은 의사들이 모여 의논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이류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질문은 하나님이 내게 하시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너는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오랫동안 큐티와 기도 생활을 해 왔고, 성경도 가르치고 해외 선교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환자로 인해 시작된 질문으로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에 다시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너는 내 앞에서 어떤 자세로 살고 있니?”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기도한 것이 언제였니?” “나에 대한 첫 사랑은?” “네 속을 다시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살펴봐라.”

나는 회개하고 또 회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난 4년 동안 이사로 섬기던 미주한인의료선교협회(KAMHC)에서 생각지도 않은 요청을 해왔다. 차기 회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뜻 수용할 수 없었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지 않아서였다.

“나는 너를 위해 목숨을 버렸는데 너는 무엇을 희생할래?” 나는 하나님 앞에 항복하고 이 일을 맡기로 했다. 하나님은 다음 구절의 말씀으로 내가 앞으로 이 단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씀하셨다. “또 이 우리에 들지 아니한 다른 양들이 내게 있어 내가 인도하여야 할 터이니 그들도 내 음성을 듣고 한 무리가 되어 한 목자에게 있으리라.”(요 10:16)

KAMHC는 지금까지 이민 1세대와 그 후손들을 중심으로 사역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문을 활짝 열고 다른 문화권의 차세대까지 포용할 계획이다. 미국 전역의 도시마다 지부를 설립하고 각 대학 캠퍼스에 의료선교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가슴으로 듣는 하나님의 음성’ 얘기에 귀 기울여준 국민일보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