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선과 편견 없는 화합의 2015년을 위하여

입력 2015-01-01 02:07
을미(乙未)년 첫날의 태양이 떠올랐다.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으레 경건해지기 마련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희망과 소망이 우러나온다. 2015년은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광복·분단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며, 박근혜정부 집권 3년차이자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없는 해이기도 하다. 온 국민이 다시 힘을 모아 나라 안팎의 적지 않은 과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재도약할 수 있는 적기(適期)라는 의미다.

어느 틈엔가 우리 사회에 ‘두 개의 국민’이라는 말이 자리 잡았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갈라져 있다는 얘기다. 보수와 진보의 조화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두 세력 간 갈등도 궁극적으로 공동체를 위한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해로울 게 없다. 하지만 ‘두 국민’의 대립은 현재 추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내 편과 네 편이 명확히 구분된다.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나’와 다른 사람은 타도해야 할 ‘적(敵)’ 정도로 여긴다. 독선과 편견이다. 이는 국가공동체를 좀먹는 독소(毒素)다. 무한경쟁에서 대한민국을 뒤처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가적 현안이 생겨도 합리적인 타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보다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서로 손가락질하기 바쁘니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할 때가 됐다.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자. 거친 말을 써가며 삿대질하거나 몸싸움이라도 한바탕 벌이면 마음은 후련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 삶의 터전을 스스로 망치는 자해(自害) 행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자. 공동체를 배려하는 성숙한 의식을 회복하자.

지난 대선 때 ‘100% 대한민국’을 외쳤던 박 대통령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집권 2년 동안 인사 편중은 더 심해졌다. 이념 논란이 벌어지면 양쪽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하기보다 보수 쪽 손을 들어주기 일쑤였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어엿한 우리나라 국민이다. 그들의 목소리도 새겨듣고 국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100%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국민통합 없이는 박 대통령이 올해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 및 금융 개혁, 공직사회 혁신도 추동력을 얻기 어렵다. 연초로 예상되는 인적 쇄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를 바란다. 여론을 두루 수렴해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바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을 수습하고, 산뜻하게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권은 대결정치로 진영논리를 부추겨선 안 된다. 사회적 갈등을 용해시키는 것이 정치의 존재 목적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기업들은 돈만 쌓아둘 게 아니고, 과감한 투자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엔화 약세 등 녹록치 않은 상황들도 많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이라는 점도 국민 화합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우리끼리 티격태격할 만큼 주변 정세가 한가하지 않다는 뜻이다.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향한 일본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고, 중·일 간 영토 분쟁은 가열되고 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은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대남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권력 기반이 단단하지 않아 내부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국지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한반도 주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평화·화해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한·일 관계와 남북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대한민국 역사를 관통하는 흐름 중 하나다. 올해도 우리 앞에 적지 않은 고난들이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대동단결한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번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손잡고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